김영란 “법에도 때로는 과격한 발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실감”

[중앙뉴스=임효정 기자] 김영란 전 대법관이 측근비리를 방치한 리더의 책임을 묻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입안한 김영란 전 대법관은 3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세계변호사협회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요즘 보면 어떤 법리를 구상해서라도 측근을 이용한 리더에게 책임을 직접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 김영란 전 대법관이 측근을 이용한 리더에게 책임을 묻는 법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법에도 때로는 과격한 발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실감한다"며 "측근의 비리로만 돌리고 그를 활용해 당선된 사람, 이익을 얻도록 방치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 전 대법관은 2013년 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두식 교수와 나눈 대담도 소개한 뒤, "측근을 통제하지 못한 책임은 그 사람에게 있지 않은가. 형사법상 양벌규정을 응용해서 유사한 법리를 만들어 선출직 공무원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방법을 강구하면 어떨까 얘기했었다"고 부연했다.

 

또한, 김 전 대법관은 일명 '김영란법' 시행 한 달을 지켜본 결과, "이 법 위반으로 처벌될까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있는 것 같다"며 "공직자가 아닌 사람 간의 간단한 접대를 규제하는 법이 아니다. 공직자만 공짜 접대 받는 것을 주의하면 될 일"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 법이 우리 사회의 모든 부패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분들이 많지만, 이 법은 과도한 금품 수수를 거절하고 신고하게 하는 법"이라며 "이 법만으로는 거대한 부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법관은 "선출직 공무원을 도운 사람들이 자신이 투자한 이상으로 보상받기 위해 사회 여기저기를 들쑤시는 게 용인되는 정치구조라면 거대한 부패가 없어질 수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정치인도 동참하는 해법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전 대법관은 '김영란법'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선 "법의 해석상 모호한 게 있다면 한계를 명확히 그어주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변화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움츠린 채 가만히 있다가 슬며시 종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버린다면 법을 지지하고 실천해주는 많은 분에게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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