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국제공항    

[중앙뉴스=신주영기자]김해공항은 왜 불편한 공항이 되었을까

 

◇ 시설 확충 없는 항공노선 확충에만 올인

 

원인은 간단하다. '비좁은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영남권 신공항의 당위성 확보를 위해 시설 한계에도 활주로를 무한정 열어젖힌 탓이 크다.

 

하지만 활주로를 열어놓자 국내외 대형 국적항공보다는 거점공항이 마땅찮은 국내 저비용항공만 대거 들어와 진을 치는 바람에 지금 김해공항은 '저비용항공 특화 공항'이라 불릴 정도이다.

 

국제선만 놓고 보면 주 1천154편(10월 말 기준) 중 에어부산,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 운항편 수가 586편으로 절반이 넘는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의 짧은 역사를 고려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국적 항공사 294편, 18개 외국 항공사의 272편을 압도하는 수치이다.

 

더욱이 최근 김해공항 슬롯(slot, 이착륙 허용 능력, 운항편 수 배정 기준)이 곧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슬롯을 선점하려는 저비용항공사들이 노선 확충에 경쟁적으로 나서 활주로는 물론 하늘길이 더 복잡해졌다.

 

2014년 1천546편(국제 752편, 국내 794편)이던 주 운항편은 올해 최대 1천994편(하계 기준, 국제 1천42편, 국내 952편)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겨울에는 더 늘어난다. 총 2천101편(국제 1천146편, 국내 955편)의 동계 비행 스케줄이 잡혀있다. 이는 사용 가능 슬롯 2천374편의 88.5%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대해 공항 관계자들은 '항공기 연결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계 상황으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슬롯 배정률이 64%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김해공항이 어느 정도 붐비는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다.
 

▲ 김해국제공항    

 

 

◇ 저비용항공사 슬롯 가수요 현상…북새통 공항 심화

 

문제는 김해공항 슬롯을 선점하려는 항공사 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활주로 1개와 국제선터미널 등을 신설하는 김해공항 확장 공사(김해 신공항 프로젝트)는 2026년쯤 완공된다. 따라서 조만간 김해공항 신규취항이나 증편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만큼 항공사 간 선점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올겨울 김해공항 스케줄을 보면 섬이라는 한정된 지역적 한계 때문에 아웃바운드 수요가 부족한 제주항공이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김해공항발 노선 신설과 증편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김해공항을 거점공항으로 삼기 위해 다음 달 3편의 국제선 노선을 신설한다.

 

이에 뒤질세라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등도 주 30여 편의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중국 산야, 일본 기타큐슈행 노선 개설로 맞선다.

 

증편 경쟁 역시 뜨겁다. 제주항공, 에어부산, 제주항공, 진에어 등이 기존 10개 노선에 주 110여 편의 비행기를 증편할 예정이다. 에어부산 등 일부 항공사는 올겨울 부정기편까지 띄울 계획이다.

 

◇ 노선 확충에 따른 이용객 편의 증대 효과는 미지수

 

저비용항공사들의 노선 신설·증편 경쟁을 보는 부산시를 비롯한 공항 관련 기관들은 고무된 모습이다.

 

공항이용객 입장에서도 썩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노선이 늘어난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등 편의성이 어느 정도 개선되는 건 분명하다. 더욱이 저비용항공을 주로 이용하는 알뜰 여행객은 값싼 요금으로 국제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어 오히려 반길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노선 경쟁이 비일비재한 비행기 출·도착 지연, 만성적인 주차난, 앉을 자리를 찾아보기 힘든 터미널 등 김해공항의 고질적 문제점을 가중할 것이라는 것이 공항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사실 공항의 외형적 성장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저비용항공사들만 우글거리다 보니 수익성 면에서 리스크가 있는 장거리 노선이 전무하다. 12개국 42개 도시, 1천154편에 달하는 국제선 중 장거리 노선은 단 한편도 없다.

 

28개 노선 880편이 비행 거리 2천500㎞ 미만의 단거리 노선이며, 나머지 14개 노선, 주 304편도 2천500∼5천㎞ 중거리 노선이다. 목적지도 단출하기 짝이 없다. 괌과 사이판 블라디보스토크, 울란바토르 4개 노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이 일본, 중국, 동남아에 몰려 있다.

 

5천㎞ 이상 장거리 노선이 한편도 없는 국제공항이다 보니 미주나 유럽지역을 여행하는 여행객은 김해공항에서 인천이나 일본으로 가서 갈아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2 관문공항'은 허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여행·관광업계는 물론 항공업계조차도 '이제 양적인 성장이나 확충보다는 공항의 질을 개선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부산시 역시 취항 인센티브 제공 등을 내걸고 장거리 노선 개설에 힘을 쏟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모 여행사 관계자는 "올해 말 김해공항 이용객이 개항 이래 최대인 1천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라며 "2026년 김해 신공항이 개항할 때까지 국제공항이자 관문공항이라는 타이틀에 맞게끔 시설 보완은 물론 항공업계와 이용객 수요를 적절히 수용하는 공항 정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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