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설탕만 문제 아냐…미국선 응급실행 사례도

[중앙뉴스=임효정 기자] 에너지음료는 고농도 카페인과 설탕만 건강에 해로운 게 아니다. 고용량 비타민과 약초(허브) 성분도 간이나 신장 등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더욱이 고용량 비타민 보충제 소비가 늘고 비타민 첨가 과자 및 음료도 많은 상황에서 에너지음료까지 마시면 자칫 특정 성분 총 복용량이 위험수위를 넘을 수도 있다.

 

▲ 에너지음료 속 비타민 과잉섭취가 문제가 되고 있다.   

 

6일 의료전문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대학 의대 제니퍼 리콜 하브 교수팀은 에너지음료로 비타민을 과잉 섭취, 급성 간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50세 남성 사례를 보고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이 남성은 응급실에 오기 전 2주 정도 피로감, 식욕부진, 상복부통증, 헛구역질감을 느꼈다. 독감증세로만 여겼으나 구토와 갈색 소변, 황달증세도 나타나는 등 악화했다.

 

평소 건강했지만 검사 결과 간 손상, 간효소 수치 증가 등이 나와 급성 간염으로 판정됐다. 바이러스성은 아니었다. 간염과 관계있는 가족력, 알코올, 마약, 특정 질병, 약품 복용 등도 없었다.

 

특이한 것은 에너지음료를 자주 마시는 습관이 있었고 최근 3주간엔 매일 4~5캔이나 마셨다. 이 음료엔 캔당 나이아신이 성인 1일 권장량의 2배가 넘는 40mg이 들어있다. 하루 160~200mg을 섭취한 셈이다

 

연구팀은 비타민3로 불리는 나이아신 과잉 섭취가 원인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학술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 사례보고'(BMJ-CR)에 보고했다.

 

하브 교수는 약초(허브) 보충제나 에너지음료 소비가 일상화하고 급증하면서 독성물질 축적으로 인한 간염 등 부작용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천연성분'이라고 하면 해롭지 않으리라고 오해하며 업체들이 이를 활용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수용성 비타민들도 과용하면 해로워 = 나이아신은 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좋은 영양소다. 간, 생선, 콩류, 씨앗기름 등에 많다. 우리나라 성인 권장량은 하루 15mg 정도다. 식품으로 섭취해 과잉문제가 발생한다는 보고는 없지만, 보충제 등으로 과잉섭취하면 해롭다. 흔하진 않지만 15~30㎎을 복용해도 소화기장애, 간기능, 당내성, 시력약화 등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100㎎ 이상 복용 시 두통, 근육경련, 메스꺼움 등은 비교적 자주 일어난다. 1천㎎ 이상의 경우 독성이 분명하게 일어나 부정맥, 황달, 간질환 등이 나타난다.

 

문제의 남성의 복용량은 이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하브 교수에 따르면, 매일 300mg 이상 섭취하면 간염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기존 보고서들이 여럿 있다. 더욱이 간이 좋지 않거나 잦은 음주를 하는 사람은 더 취약하다. 이를 술과 섞어 마시거나 미성년자일 경우 위험은 더 커진다.

 

우리나라에서 판매 중인 에너지음료들의 상당수도 나이아신 함량이 권장량의 2~4배에 달한다. '몸에 좋은 비타민 성분도 많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잠을 쫓으려, 집중력 강화 위해, 원기회복을 위해, 술에 덜 취하려, 기분이 좋아지려 습관적으로 여러 잔 마시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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