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분위기 안 좋아" 모금 나선 구호단체들 한 걱정…모금 목표액도 낮춰

[중앙뉴스=임효정 기자] 이달부터 본격적인 모금 활동에 들어가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구호·복지 단체들의 걱정이 크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최근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치 이슈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소외계층 돕기운동이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 최순실파문으로 불우이웃돕기 한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적극적인 홍보와 모금 활동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잇단 악재로 후원금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구호단체들은 전망했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충북모금회)는 오는 21일 오후 2시 청주 첨단문화산업단지에서 '희망 2017 나눔캠페인 및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열고 올해 모금 활동을 시작한다.

 

'나의 기부, 가장 착한 선물'을 슬로건으로 내년 1월까지 이어지는 이번 캠페인의 목표액은 64억이다.

 

지난 캠페인보다 5.9%(3억6천만원)많다. 내달 2일부터는 도내 11개 시·군을 돌며 집중 모금 활동을 펼친다.

 

해마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올해는 유독 더 힘겨울 것으로 충북모금회는 보고 있다.

 

충북모금회 관계자는 "모금액은 연말 캠페인에서 판가름나는데 요즘 경제 상황이나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가라앉은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기업이나 개인 기부자 참여가 예년보다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팍팍해진 경제 사정은 기부 방식을 살펴보면 쉽게 파악된다. 현금 기부가 부담스러운 탓에 현물을 내는 기부자들이 늘고 있다.

 

충북모금회의 2013년 전체 기부액 중 22.7%에 불과했던 현물 기부는 지난해 전체 기부액의 절반에 가까운 43.1%를 차지했다. 올해는 현물 기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나빠지다 보니 모금 목표액을 낮춰 잡는 단체도 있다. 사정이 뻔한데 목표액만 높여 잡는 과욕이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다음 달 1일 회비 모금 성공기원 선포식을 하는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이하 충북 적십자사)가 대표적이다.

 

충북 적십자사는 내년 1월 말까지를 일반회비 집중모금 기간으로 정했는데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6.6%(1억원) 줄인 14억으로 정했다.

 

충북 적십자사 관계자는 "경기 상황을 봤을 때 실질적으로 달성 가능한 모금액이 줄 것으로 판단돼 목표액을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대신 경기 여파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면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후원이 가능한 정기회원들의 회비 목표액을 올해보다 17%(2억3천만원) 많은 15억9천만원으로 정했지만 이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내부 분석이다.

 

충북 적십자사는 내부적으로는 목표 달성은 어렵고 80% 수준만 모금해도 성공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별도의 연말 모금 활동이 없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는 더 울상을 짓고 있다.

 

이미 1인 정기후원 평균 금액이 5년 만에 36.3%나 감소한 상황이다. 월 3만원 이상 후원자는 2013년을 정점으로 곤두박질치면서 69%나 줄어들었다.

 

사회적 분위기는 어렵지만, 구호단체들은 더 많이 누비고 널리 알려서 최대한 많이 모금해 소외계층의 겨울나기를 돕겠다는 각오다.

 

구세군 충북 본영 다음 달 3일 오후 1시 30분 청주시 성안길 CGV 광장에서 시종식을 하고 본격적인 자선냄비 모금에 들어간다.

 

올해 목표는 연말까지 2억원이다. 지난해 목표 달성을 이루지 못했던 터라 걱정이지만 올해도 역시 각 지역에 자선냄비를 설치하는 것 이외에도 구세군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모금에 나설 방침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