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심야의 애드벌룬

김명은

 

 

사람들이 너무 빨리 잊잖아요

검정 스키마스크를 쓴 새가 울부짖는다

 

행복한 사람들은 새는 언제나 노래만 부르고

떨어지는 동안에도 날아가는 줄 안다

 

유리구슬을 굴리며 노는

손톱 밑이 까만 아이들의 자전거 바퀴는 안전할까

노을과 불길을 구분하지 못하는 새들이 날아간다

 

새들은 해가 지면 둥지나 나뭇가지에서 자는 줄 알았다

밤늦도록 연장 근무하는 삼촌과 반짝이는 부리들

볕을 쬐듯 불빛 속에서 새가 먹이를 찾는 줄 몰랐다

 

나무 아래로 봄날이 오가는 줄도 모르는 기계들

기계의 소음이 밤마다 폭죽 터지듯 터지는 줄 몰랐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왜 사라지지 않는지

그 달이 왜 푸른 돌을 집어 드는지 정말 몰랐다

 

그을린 컨테이너 위로 골프공들이 날아가는 사이

바람에 둘러싸인 새의 몸에

불길이 일었던 것을 잊고 있는 동안

 

             - 김명은 시집 『사이프러스의 긴 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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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따스하고 깊은 눈과 그 속에 고인 뜨거운 노여움과 눈물을 느끼게 하는 시다. 근래 들어 이토록 가슴이 미어지는 시는 처음이다. 사람들은 불편한 현실을 본능적으로 외면하려는 습성이 있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음에 슬프고 부끄럽다.

 

 ‘행복한 사람들은 새는 언제나 노래만 부르고 / 떨어지는 동안에도 날아가는 줄 안다.’ 는 2연의 싯귀에 난 나 역시 얼마나 그런 인간인지를 돌아보며 가슴을 쳐야했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긴 하지만 나누고 베풀 줄 아는 이타적인 동물이기도 하기에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것인데...

 

  ‘밤’이란 단어의 의미는 무엇인가? 잠으로 상징되는 안식이요 충전의 의미이다. 하지만 그 ‘밤’이 어떤 이들에겐 환락과 안식의 시간이지만 어떤 이들에겐 생존을 위해 땀을 흘려야하는 고통과 절망과 극한의 시간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그런 가난한 새(사람)들이 가여워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시인은 위로한다. 

 

붉게 타는 노을을 대다수의 사람들은 낭만으로 노래하지만 가난한 새들에게는 타는 목마름이요. 그 작은 몸들을 그을리고 태울 수 있는 불길일 수 있다. 자꾸만 어느 근로자의 분신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건 왜일까?

 

  지난 12일이 나라에 백여만 명의 성난 촛불들이 노도가 되어 한 밤을 태웠다. 전 세계가 지켜본 새들의 목쉰 울부짖음이요 절규였다. 이 노기가 언젠가는 심야의 애드벌룬을 터뜨리고야 말 것이라는 경고음이 들리지 않는가? 기만과 추한 욕망의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간교한 자들에게 똑바로 묻고 싶다. 당신들의 눈과 귀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듣고나 있는거냐고...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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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은 시인/

1963년 전남 해남 출생

2008년 <시와시학> 으로 등단

<빈터> 동인

시집 『사이프러스의 긴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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