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삼성전자가 미국의 자동차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을 9조원대에 인수한다는 소식에 시장은 두 기업의 사업 시너지에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15일 오전 10시14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03% 오른 156만9천원에 거래되며 사흘 만에 반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과 14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부각된 여파로 각각 3.09%, 2.82% 떨어졌으나 하만 전격 인수라는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에 매수세가 자극된 모습이다. 스마트폰 사업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신상장 동력으로 택한 전장 사업에 대한 시장 기대가 크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는 단기적으로는 하만을 중심으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전기차 핵심부품과 시스템, 솔루션 분야 등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로 글로벌 전장부품 공급업체 지위를 단숨에 획득하게 됐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 전장사업의 궁극적 방향은 완성차 제조보다 스마트카 시장에서의 시스템 공급업체"라며 "M&A로 사업 다각화 관점에서 하만의 인수대금 9조4천억원은 가치가 있어 '신의 한 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클 것으로 전망됐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연구 개발을 추진해 이번 인수로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단숨에 시장 1위로 진입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등 추가 전장 사업에 진입하면 삼성전자는 전장의 양대 축인 안전과 편의 기술 사업을 완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의 반도체, 패널 기술과 하만의 전장 사업 노하우, 고객 포트폴리오 사이에는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막대한 보유 현금을 제대로 활용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주주환원에 다소 소극적이었고 79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순현금이 누적돼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주주환원 정책과 인수합병 등을 통한 활용성 향상이 필요하다"며 "이번 인수는 현금의 주주친화적 활용법"이라고 평가했다.

 

더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 중심의 국내 자동차산업의 변화도 점쳐지고 있다.

이미 LG전자는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개발의 전략적 파트너로 구동모터, 인버터, 배터리팩 등 11개 핵심부품과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 이어 삼성도 전장부품을 기반으로 친환경차, 커넥티드 카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진출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산업의 역량이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관전 포인트는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중심에서 벗어나 LG, 삼성 등과의 협력을 강화할지 여부"라며 "이렇게 되면 국내 자동차산업 역량을 키우고 밸류 체인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련 부품사들은 전장사업 확대로 인한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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