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회사' KT…황창규 회장 “낙하산 없다”공언 했지만

[중앙뉴스=김종호 기자] 비선 실세로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차은택 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KT가 구설수에 올랐다. KT의 광고 몰아주기 및 인사청탁 낙하산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 KT, 차은택 광고 몰아주기ㆍ측근 낙하산 의혹

 

KT는 상무급 인사에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잇단 낙하산 인사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안 전 수석이 차은택 씨 측근 이동수 씨를 IMC(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 부문장(전무)으로 채용하라는 압력을 넣은 것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상무보로 신 모 씨를 채용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광고 발주 업무를 담당했던 신 씨가 이 전무와 함께 차 씨 유관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KT 광고를 몰아줘 신 씨 채용을 두고도 안 전 수석이 KT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9월 공개된 KT 영상 광고 24편 중 차은택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광고는 11편에 이른다.

 

이 가운데 6편은 차씨의 제작사 아프리카픽쳐스가 맡았고, 5편은 차씨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불거진 광고 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가 수주했다. 플레이그라운드 김홍탁 대표는 차씨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광고업계에서는 신생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가 KT 광고를 잇달아 따낸 것을 두고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해 설립된 플레이그라운드는 KT 광고 외에 현대차그룹 광고 6건도 수주했다.

 

KT는 김홍탁 대표가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데다 정식 입찰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신생 회사가 대기업 광고를 따내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차씨와 KT의 인적 고리가 광고 수주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KT 관계자는 광고 몰아주기 의혹에 관해서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계약하지 않는다. 대행사 3곳의 중계를 통해서 수주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신모씨에 대해서는 “당시 신씨를 포함해 10여명의 후보를 헤드헌팅 업체로부터 추천받아 내부 프로스세를 통해 채용했다. 4개월정도 잠깐 있던 분이여서 왜 그만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마케팅쪽 경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신 씨는 지난해 12월 KT IMC 본부 상무보로 입사해 올해 3월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로 갑자기 퇴직할 때 까지 광고 발주 업무를 맡았다.

 

 

▲ '차은택 측근' 이동수 KT 전무 사임…KT 기업 이미지 실추에 도의적 책임

 

KT의 이동수 IMC마케팅부문 전무는 차씨와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는 차씨가 몸담았던 광고제작사 영상인에서 1993년 1년간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영상인의 당시 대표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

 

이동수 전무는 차씨가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오르기 두 달 전인 지난해 2월 KT에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입사한 뒤 그해 11월 마케팅 부문을 총괄하는 IMC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차은택 씨의 측근 이동수 KT IMC마케팅부문 전무는 결국 15일 사임을 표명했다.

 

KT 관계자는 "이동수 전무가 15일자로 사임한 것을 확인했다"며 "이 전무는 최근 언론의 지속적인 보도로 KT의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것에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이동수 전무의 개인의사를 존중해 사임을 수용했다"며 “아직 검찰수사가 진행중이여서 이 전무와 관련된 의혹에 관해서 더 이상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주인 없는 회사' KT…황창규 회장 “낙하산 없다”공언 했지만

 

1981년 공기업인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출발한 KT는 2002년 정부가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민영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KT의 최대주주는 지분 10.4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소액주주 비율은 65%에 이른다.

 

하지만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 입김에 휘청거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왔다. 남중수 전 KT 사장은 2007년 연임에 성공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옷을 벗었다. 남 전 사장의 후임자인 이석채 전 KT 회장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9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낙하산 인사’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 전 회장 시절에는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주요 요직을 꿰차고 들어와 빈축을 샀었다.

 

황창규 현 KT 회장의 입지는 전임 최고경영자(CEO)들과 사뭇 달라 보였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 사장 시절 ‘황의 법칙’ 신화를 썼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취임 후 전임 회장이 벌려놓은 문어발식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2014년 적자에 허덕이던 영업실적을 1년 만에 흑자 전환하는데 성공한다.

 

또 황 회장은 전임 회장 재임 시절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의식이라도 한 듯 외부 전문가 영입보다는 KT 내부 출신 중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황 회장 스스로도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공언한바 있다.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둔 황 회장의 연임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안 전 수석이 KT 전무·상무 등 임원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황창규 회장도 최순실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더욱이 황 회장은 내년 3월 연임이슈가 있어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KT는 미르재단에 11억, K스포츠재단에 7억원을 출연한데 대해서도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 문제로 KT는 노조와 송사에도 휘말렸다. KT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10억원 이상을 출연할 때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하는데 KT가 이를 건너뛰었다는 혐의로 황창규 회장은 새노조로부터 검찰 고발까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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