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엽 한국남동발전 사장 [제공=연합뉴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공공기관장 인사가 줄줄이 늦어지고 있다.

 

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임기가 끝났는데도 계속해서 업무를 보고 있는 공공기관장이 22명에 이른다. 허엽 한국남동발전 사장, 조인국 한국서부발전 사장, 권혁수 대한석탄공사 사장,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등 12명은 이미 지난 9월 임기가 끝났다.

 

10월엔 허경태 산림청 녹색사업단장, 박구원 한국전력기술 사장 등 6명이, 이달 들어서는 최외근 한전KPS 사장, 김영표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등 4명이 임기를 마쳤다. 그러나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계속 기관장 자리를 지키는 상황이다.

 

공석으로 아예 비어있는 기관장 자리도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지난 3월 김동원 이사장이 임기 7개월을 앞두고 사임한 이후 8개월째 CEO 자리가 공석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권동일 전 원장이 보유주식 문제로 취임 4개월 만에 사직서를 내 1달째 수장 공백 사태를 맞고 있다.

 

임기를 1년 앞둔 시점에서 김승환 전 이사장이 돌연 사퇴해 '외압설'이 일었던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수장 자리가 두 달 넘게 빈 상태로 이사장 선출을 위한 재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가 박영아 원장의 연임을 불승인한 이후 박 원장이 거취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계속 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미래부의 이례적 결정을 둘러싸고 "정부에서 차기 원장으로 모 교수를 내정했는데 이사회가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혹(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제공=연합뉴스]

 

공공기관의 인사 공백은 상당 기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하야 요구를 받고 있고, 청와대가 제대로 인사 검증에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장은 보통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기관장 임기만료 2달 전쯤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린 뒤 공고→서류심사→면접심사를 거쳐 3∼5명의 후보자를 추린다. 주무부처 장관이 1명이나 2명의 후보자를 추려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연말까지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한국마사회, 도로공사 등 18곳의 인사도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의 경우 유재훈 사장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에 임명돼 한 달 정도 일찍 퇴임했지만, 임원추천위원회만 형식적으로 구성했을 뿐 제대로 된 선임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 27일 임기가 끝나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뒤를 이를 인사도 관심사다.

차기 기업은행장에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내정설'이 파다해 금융노조가 반대 성명까지 발표할 정도였으나 최순실 게이트 이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권 행장의 연임 가능성, 내부 인사 승진, 관료 출신 영입 등의 가능성이 두루 거론되고 있다.

 

한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로 청와대가 힘을 잃어 공공기관장 선임 절차가 줄줄이 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기웃거릴 수 없는 분위기가 된 것은 환영할만하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연구원이 발표한 '박근혜 정부 4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장 총 401명 중 107명(26.7%)은 정치권 출신이거나 현 정권과 학연·지연 등으로 얽힌 낙하산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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