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 달러 가치가 13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다음달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때문이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달러 지수(DXY)는 17일 오전 1시 4분(이하 한국시간) 100.57까지 올라 장중 기준으로 2003년 4월 9일 이후 약 13년 7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달러 지수는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환산한 것이다. 달러 지수가 올랐다는 것은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달러 지수는 지난해 12월 연준이 9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준비를 하면서 100.51까지 올랐으나, 이후로는 계속 100 아래를 맴돌았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달러 가치도 상승세를 탔다.

 

CME 그룹의 페드 워치에 따르면 16일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다음달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90.6%에 달한다고 점쳤다.

 

같은 날 블룸버그가 집계한 다음달 미국 기준금리 인상 확률도 94%에 달했다.

 

여기에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달러 지수는 급등을 거듭했다. 대선 당일인 8일부터 17일까지 7거래일 동안 달러 지수는 2.6% 상승했다

 

반면 금과 엔, 위안 가치는 추락하고 있다.

 

금값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7일 오전 3시 38분 온스당 1,223.09달러까지 떨어졌다.

 

금값은 지난 15일 온스당 1,211.68달러까지 떨어진 이래 줄곧 1,220달러대를 맴돌고 있다. 이처럼 금값이 며칠째 온스당 1,200달러 초반에 거래되는 것은 지난 6월 초 이후 약 5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 속에 안전자산인 금이 매력을 잃은 데다가 달러 강세로 달러 표시 자산인 금이 상대적으로 비싸 보이는 효과를 내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RJO 선물의 밥 하버콘은 "지금 시점에 싼값을 기대하고 금을 사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달러 강세가 너무 심하다"고 설명했다.

 

엔화 환율은 전날 오후 8시 14분에 달러당 109.64엔까지 오르며 6월 2일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엔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유로화와 달러화가 1대 1 등가(等價)를 이루는 패리티(parity) 현상 역시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오전 1시1분 유로 대비 달러 환율은 유로당 1.0666달러까지 하락했다. 이 환율의 하락은 유로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피셔 프란시스 트리스 앤 왓츠의 애드넌 아칸트 외환팀장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유럽·일본과) 미국의 재정정책이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고 이는 달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달러와 유로화 등가 현상은 아마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도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 달러 가치가 13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지만  금과 엔, 위안 가치는 추락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17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15% 올린 달러당 6.8692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2008년 6월 20일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위안화 기준환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고시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이래 처음으로 10거래일 연속 위안화 절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역외시장에서도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9위안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29분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8829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중국은 경제 성장과 집값 부양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안화 가치 하락은 트럼프보다는 경제 상황과 더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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