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중은행의 주택자금대출 창구 [출처=연합뉴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내달에는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금리의 상승 폭도 확대될 전망이다. 1천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이유다.

 

가계대출 규제 속에 금리마저 상승모드로 돌아서면서 국내 경제의 성장판 역할을 하던 부동산시장마저 얼어붙고 있다

 

◇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 4.7%대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하나·신한·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변동금리는 10월말 2.70~4.01%에서 지난 17일 2.86~4.17%로 뛰었다.

우리은행의 변동금리는 같은 기간 2.85~4.15%에서 2.91~4.21%로 상승했다.

 

신한은행도 변동금리가 2.90~4.20에서 3.16~4.46으로 올랐으며 KEB하나은행도 2.75~3.95%에서 2.85~4.05%로 상승했다.

고정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는 3.20~4.4%에서 3.54~4.74%로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도 3.06~4.36%에서 3.18~4.48%로 뛰었으며 우리은행도 2.94~4.24에서 3.29~4.59%로 상승했다. 신한은행은 3.04~4.34%에서 3.49~4.79%로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단기간에 뛰어오른 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트럼프발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다. 금융채 5년물은 10월 말 1.73%에서 지난 17일 2.09%로 0.36%포인트 상승했다.

 

국고채 금리도 현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16일 전날보다 0.054%포인트 급등한 연 1.689%로 마감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고치로, 5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주택담보대출의 근간이 되는 신규 코픽스는 지난 9월 상승세로 돌아선 후 두달 간 0.1%포인트가 상승했다.

 

가계대출 급증세에 따른 금융당국의 우려 속에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린 것도 금리 상승 기조를 부채질했다.

 

지난 9월 말에 견줘 혼합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대 시중은행의 경우 평균 0.4%포인트가량 올랐다.

 

금리 인상이 가팔라지자 올해 뜨거웠던 부동산시장마저 이제는 찬바람이 돌고 있다.

지난달 16일 정부가 과열지역에 대한 규제 의지를 밝힌 이후 호가가 최고 4천만원까지 하락했던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지난 3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1천만∼2천만원 정도 추가 하락했다.

 

◇ 미국 금리마저 상승하면…1천300조원 빚 어쩌나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12월 기준금리까지 올리면 국내 은행들의 대출 금리 추가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천300조에 육박하는 국내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1천257조3천억원으로,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잔액기준으로 최대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90.0%다. 13년째 비교 대상 신흥국 중 1위다.

 

지난 1년 새 가계부채 증가 폭도 신흥국 중 가장 컸다. 이대로라면 올해 말에는 1천3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제2금융권의 가계부채도 폭증하고 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013∼2015년 3년간 연평균 8.2% 증가했으나 올해 증가율은 13%대(상반기 기준)로 훌쩍 뛰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지난 8월 현재 274조93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조5천억원 증가했다.

 

경기둔화가 장기화하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생활자금 대출 수요가 많아진 것이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제2금융권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은 올해 1분기 26.9%로 높아졌고, 저소득층 대출자 비중도 33.6%까지 올라왔다.

 

김지섭 KDI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 추세는 계속될 것 같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면 그에 맞춰 한은 금리 인상 압박도 거세져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금리가 오르면 저소득층이 가장 먼저 고통받는다. 영세자영업자들은 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이나 생활비 운용으로 이미 썼을텐데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이런 분들에게는 금융보다는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서 서민금융을 통해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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