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의 맛있는 시 감상(129)/우리 어머니 (문선정)
최한나의 맛있는 시 감상(129)/우리 어머니 (문선정)
  • 최한나 기자
  • 승인 2016.11.21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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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출처 / 구글


 

우리 어머니

 문선정 

 

 

  연속극 봐야 하는데 레미콘 못 봤냐?

  TV 보는 재미에 푹 빠지신, 우리 어머니

  KFC광고를 보시다가

  막내가 저기 KT에서 햄버거랑 통닭을 사왔는데 맛없더라 먹어 봤냐 하신다

 

  말없이 웃던 내가 문득 KT를 생각하다

  저는 KTX를 한 번도 못 타봤어요, 타보셨어요?

  개인택시를 한 번도 안 타봤다고? 야야- 신시가지 나가면 흔한 게 개인택시다

 

  아, 방 안 가득 휘저어 놓는 깨꽃 같은 웃음들이여! 

 

  언젠가 후세인이 잡혔데요 했더니

  후시딘 연고를 내어 주시며 어디 다쳤냐 하시던, 그 날부터였나

  귓속을 다니는 협궤 열차에 조금씩조금씩 가는귀 실어 보내시던, 우리 어머니

  아랫목에 앉아 마음 편히 테레비를 보기 위해 달려온 시간이 하마 50년은 걸렸을 거다

  연예인 수첩이라는 별명답게 연속극 시간표는 죄다 머릿속에 꼼꼼 심어 놓았다는, 똑똑이 우리 어머니

  레미콘에 연속극 한 편 싣고 태우고 오시는 사이

  가는귀 다시 오시었는지

  틀니 뺀 합죽한 입을 오물거리며 기쁘시다가 슬프시다가 욕하시다가

  무릎 덮은 이불 펄럭거리며 

  레미콘, 레미콘, 레미콘 어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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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모를 모신 한 가정의 단란한 정경이 그려진다. 마치 어린 아가의 재롱을 보듯 가족들이 박수치며 웃는...  ‘사람은 나이 들어 갈수록 어린아이가 되어간다’는 말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거의 맞는 말이긴 한데 참 서글픈 말이다. 누군들 인간으로 태어나 꼿꼿하게 백수를 누리고 싶지 않으랴! 부모 없이 태어난 자식들 없다. 잠시 노인문제 해법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어느 집이든 노인 문제를 잠재적이든 아니든 안은 채 살아간다. 나의 친정엄마도 현재 투병중이다. 몇 년 전 시어머니도 친정아버지도 십여 년 투병 생활하다가 소천하셨는데 그때의 집안 분위기는 다시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늘 서로에게 미안했고 화도 나고 침울했었다. 위 시의 화자 어머닌 건망증도 있고 노쇠해 가긴 하지만 그래도 자녀들과 밝게 사는 듯하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자의 엄마가 더욱 건강하고 즐거운 생을 살기를 염원하는 효심을 행간마다 읽을 수 있어서 마음 푸근하게 웃어보았다.

  오늘도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굽은 등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노년의 삶이 축복이 되는 사회가 속히 도래하기를... 하루 빨리 이 경악스럽고 혼란스러운 정국이 안정을 찾고 이 나라에 복지의 햇살이 두루두루 퍼져나가길 간절히 소망한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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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정 시인/

경기 구리 출생.

<시에>로 등단(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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