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불과 보름 만에 다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23일 검찰과 삼성에 따르면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을 압수수색했다.

 

특별수사본부 소속 수사관 5∼6명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초사옥에 도착, 이 건물 42층에 있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사무실 등에서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 삼성은 지난 8일 검찰의 1차 압수수색을 받았다.

 

삼성 본사가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2008년 삼성 특검 수사 당시 태평로 본사 압수수색 이후 약 8년 만이었다.

 

1차 압수수색은 그날 오전 6시40분부터 오후 5시55분까지 11시간 넘게 이어졌다.

 

당시에는 서초사옥 27층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무실, 40층 미래전략실,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사무실, 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대외협력스포츠기획팀장(전무) 사무실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사무실 등이 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장 사장과 박 사장, 황 전무 등은 이미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와 별도로 지난 15일에는 서초사옥에 입주한 제일기획 스포츠단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날 미래전략실 2차 수색은 최 실장의 사무실 등 1차 수색 때 수사관들이 들어가지 않았던 미래전략실 사무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최순실씨와 정유라씨 모녀 회사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실소유한 비영리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불법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논란과 관련해 검찰이 삼성 미래전략실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매주 수요일에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해 초청 강연을 듣는 '수요 사장단 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삼성 사장단은 이날 김난도 서울대 교수로부터 '트렌드 코리아 2017'을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압수수색과 관련한 얘기는 없었다며 검찰 수사와 관련한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합병 당시 국내외 주주 설득에 앞장섰던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도 합병 과정에 대한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사옥을 빠져나갔다.

 

연거푸 전해지는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에 삼성 직원들은 황망한 표정이다. 사업 이슈가 아닌 검찰 수사로 입길에 오르내리는 게 안타깝다는 의견도 있었다.

삼성의 한 직원은 "'위기'라는 말을 떠올리게 됐다. 거듭 전해지는 회사 안팎의 소식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한 관계자는 "오늘 압수수색은 지난번에 빠진 사무실에서 자료를 찾기 위한 보완 차원이 아닌가 싶다"면서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사무실 외에는 대부분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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