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임효정 기자] 법원이 '위안부 합의'의 법적인 성격을 밝히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이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의 효력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합의의 '법률적 성격'을 명확히 하라고 정부 측에 요구했다.

▲ 법원이 정부를 향해 위안부 합의의 법률적 성격을 밝히라고 요청했다.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윤성식 부장판사)는 2일 열린 첫 재판에서 정부를 향해 "작년 합의에 대해 '외교적 수사' 말고 법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당시 합의가 국가 간 조약이라면 효력이 문제 되겠지만, 당시 국회 비준 등 조약 절차를 거친 것 같진 않다"면서 "그런 게 아니라면 정부 대표자들 간 약속이거나 외교협정인지, 정교하고 치밀하게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재판부의 요구에 정부 측 소송대리인은 "조약은 아닌 것 같다"면서 "검토해서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답변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28일 일본과 맺은 위안부 한일 합의가 2011년 헌법재판소의결정에 어긋나고, 이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끼쳤으므로 생존자당 각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헌재는 당시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라고 판결 내렸다.

원고 대리인은 "작년 합의서는 정부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실현을 위해 더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포기 선언"이라며 "그 법적 효력 여하를 떠나 정부가 피해자들의 권리회복, 배상 청구를 위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부는 '위안부 합의'의 성격 규명 등을 먼저 정의내린 후, 당사자 신문 등 구체적인 재판 진행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