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되면서 네티즌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 중앙뉴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5년 7월 한나라당 대표이던 시절 민간단체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되면서 네티즌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주간경향>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분 비선을 통해 김정일에게 편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주간경향>이 공개한 편지는, 2002년 방북 당시 "위원장님이 약속해 주신 사항들은 재단을 통해서 꾸준히 실천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한편, 이 재단이 평양에 현지 사무소를 설치하고, 재단 관계자들이 자유로이 북한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담고 있다.

 

일부 야당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편지를 두고 "이적행위", "김정일에게 굽신거리며 아첨", "간첩죄" 등 비난하기도 했지만, 실정법 위반도 아닌 사안에 대해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무리 대상이 탄핵을 당한 박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색깔론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반공 보수' 세력들이 그간 북측과의 교류협력 자체를 죄악시하고 불온시해온 것에 비춰 볼 때, 편지에 등장하는 일부 문구가 이들 '박근혜 지지 세력'에게는 실망감을 안겨 줄 소지가 다분하다는 해석이다.

 

편지내용에 박 대통령이 관련 기관에 위원장님의 지시를 부탁드린다"고 하거나 "위원장님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했고 특히 편지의 마지막 인사말은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남북' 대신 '북남'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박근혜 편지를 접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일부 허락 없이 편지를 주고받았다면 국보법(국가보안법) 간첩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간경향>이 공개한 박 대통령의 편지 전문


위원장님께 드립니다.

벌써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무더위를 느끼게 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위원장님은 건강히 잘 계시는지요?

위원장님을 뵌지도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위원장님이 약속해주신 사항들은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꾸준히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한민족의 하나됨과 진한 동포애를 느끼게 했던 '2002년 북남 통일축구경기'를 비롯해서 북측의 젊은이들이 유럽의 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북측 장학생 프로그램'등 다양한 계획들이 하나씩 실천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보천보 전자악단의 남측 공연' 및 평양에 건립을 추진했던 '경제인 양성소'등이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여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의 의견으로는 이런 부분들을 협의해가기 위해서 유럽-코리아재단의 평양사무소 설치가 절실하며 재단관계자들의 평양방문이 자유로와질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동안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실천되었던 많은 사업들을 정리해서 문서로 만들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살펴보시고 부족한 부분이나 추가로 필요하신 사항들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재단과 북측의 관계기관들이 잘 협력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에 위원장님의 지시를 부탁드립니다.

북남이 하나되어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수 있도록 저와 유럽-코리아재단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이 성과를 맺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모든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꾸준히 사업을 추진하여 위원장님과의 약속한 사항들이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2005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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