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당신 곁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지난,16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기 한 달 전인 2002년 11월19일 권양숙 여사가 남편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다. 이 편지가 28일 노 전 대통령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을 통해 공개됐다. 이 편지에는 남편을 사랑하는 권여사의 애잔한 사연이 담겨져 있다.

"건호 아버지 보세요"

건호 아버지!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써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이 나이에 당신한테 편지를 쓴다는 게 쑥스럽지만 마주보고 하지 못하는 말을 글로 대신합니다.

새벽에 잠시 눈을 붙이고 집을 나서는 당신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쳐다보았습니다.그동안 당신과 제게 많은 시련과 역경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씩씩하던 그 걸음걸이는 여전하더군요.

여보 힘드시죠?

항상 강한 줄만 알았던 당신이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금쪽같은 희망돼지 저금통을 받고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그 날 당신 곁에 서 있는 동안 정치를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고 희망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그리고힘들어도 그 길은 가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한다면 차라리 대통령 안 하겠다고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말하던 당신,무뚝뚝하기만 하던 당신의 속 깊은 사랑에 저는 말없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30년 당신을 지켜 온 바위같이 앞으로도 당신 곁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여보, 끝까지 힘내세요.

-당신의 아내 권양숙-

200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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