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동시>

 

지우개

이사람(이상윤)

 

 

만일 네가 없었다면

 

내 일기장에

책상위에

교실벽 모퉁이에

 

흐릿하게 적어둔

그 이름

 

아직도

지우지 못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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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씩 머릿속이 복잡하고 글도 잘 안써지는 날이면 난 동시집을 찾아 읽는 버릇이 있다.

동시에 잠기는 시간은 순수한 감성을 찾는 시간이요 위안의 동심과 감성회복의 공부까지 되는 시간이다. 내겐 동시가 주는 이 포근함이 언짢고 아픈 얼룩들을 지워주기도 하는 고마운 지우개인 것이다.

  위 동시의 작가는 ‘이사람’이라는 필명의 동시 작가이지만 사실은 이상윤 시인으로 익히 알려진 시인이다. 오늘은 이명 동일인인 동시 작가 '이사람(이상윤)'님의 동시가 향기로운 지우개로 다가왔다.

 가만히 턱을 괴고 앉아서 살아온 발자국들을 돌아본다. 그 발자국들은 혼자만의 발자국이 아니었음을 새삼스레 알게 된다. 어지럽게 찍힌 외로운 흔적들! 잠시 축축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누군가가 함께 걸어와 준 길, 이끌어준 길들이 이어져 있다. 관계성 속의 인생이기에 때론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인연도 있지만 악운을 상쇄하고도 남는 소중한 인연들이 있었기에 살아지는 삶이다. 내 상처를 말끔히 지워쥤던 한  친구가 떠오른다. 어디선가 잘 살고 있는지 그윽히 차 한 잔 나누고픈 친구여!

몇 행 안되는 이 짧은 동시가 주는 여운에 잠겨보자.

  나는 한 번이라도 누군가의 지우개였던 적이 있었던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인연이다.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회복하고픈 마음 한 자락 펄럭인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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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이상윤 시인) /

 2013년 <시산맥> 등단

 2015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16년 <매일신문> 동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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