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사찰몸통 의혹 이상득 수사를”



한나라 정태근, “특검으로 밝혀내야”

15일 여야 정치권은 민간인 불법사찰의 청와대 보고 논란과 관련하여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면서 정부여당을 강력 비판했다.

이인규(구속기소)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청와대에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전 ㈜엔에스한마음대표)씨 사찰 관련 동향을 구두보고 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하면서 민간인 불법 사찰의 배후로 청와대가 다시 지목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이 전 지원관이 청와대에 2~3주에 한차례씩 정기적으로 업무 보고를 했으며, 이강덕 팀장에게 사찰 동향을 보고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함으로써 불법 사찰과 청와대의 연결고리를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몸통'의 실체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었던 이 전 지원관이 1심 심리가 끝나는 결심 공판에서 '나만 당할 수는 없으니 알아서 구명에 나서라'는 경고 메시지를 예의 '몸통'에게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부실수사가 재차 확인됐다며 재수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검찰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 전 지원관의 증언은 이미 수사 과정에서 확보했던 진술이며, 이를 정식 보고로 볼 수는 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수사를 지휘한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설사 이 전 지원관의 말이 사실이어도, 정식으로 보고를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범죄 혐의와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어서 더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지원관이 수시로 청와대 보고를 들어가고 이 팀장과 만난 부분은 "공직기강을 다루는 부서이기 때문에 실무자가 청와대에 바로 보고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무슨 기록이 나온 것도 아니고, 뭐가 나와야 재수사를 할 거 아니냐"며 재수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이인규 전 지원관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진술했으니 검찰은 반드시 재수사해야 한다”며 “깃털만 뽑지 말고 몸통인 이상득 의원과 (이상득계인)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현 지식경제부 2차관)을 조사해서 유신, 5공 정권식의 민간인 불법조사를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도 “이 전 지원관의 법정진술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청와대에서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계속 부인한 것이 거짓말인 셈”이라며 “검찰이 재수사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이 정권 실세들의 사조직 가동을 통한 국정농단으로 보고 있으며, 그 배후에 청와대와 긴밀히 연결된 이상득 의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상득 의원이 불법사찰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주장했던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도 몸통의 실체에 다가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과 부인이 사찰 피해를 당한 정두언 최고위원은 “검찰이 몸통에 대해선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된 만큼 사찰을 지시하고 하드디스크 기록의 파기를 지시한 몸통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사찰 피해자인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도 “재판 과정에서 사찰 행위에 대한 청와대 수시보고 사실이 드러나 조직적인 사찰의 배후가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라며 “검찰의 부실수사가 명백한 만큼 사찰의 윗선을 밝히기 위해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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