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장섭 편집국장     © 중앙뉴스


'스탠딩 오더'는 김정은이 언제든지 김정남을 제거하기위해 측근들에게 내려진 암살 명령이다.비록 배다른 형제였지만 '백두혈통'으로 치면 김정은보다는 순종에 가까운 쪽이 김정남이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더 순종에 가까운 이복형의 존재를 그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김정남의 죽음을 바라본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래서 김정남의 죽음은 이미 예고된 죽음이었다. 김정남은 2008년 9월 초,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 신호가 포착되면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역사는 공포정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공포정치는 경험이 많지 않은 지도자가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엘리트층의 절대충성을 담보하기위한 수단으로 종종 쓰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거 우리의 역사에서 대표적인 공포정치의 인물들이 누가 있었을까?

 

김정은처럼 공포정치를 펼쳤던 인물중에 먼저 궁예(弓裔)를 꼽을수 있다. 진골의 집안에서 태어나 ‘나라를 망칠 놈’이라는 예언과 함께 모진 인생역정을 시작한 궁예는 타고난 힘과 재주로 사람을 모아 후고구려를 세우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그는 살아있는 동안 자신을 미륵으로 자처했으며, 관심법(觀心法)이라는 특유의 술책과 포악한 성격으로 측근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했지만 결국 주변의 인심을 잃고,최 측근이라할 수 있는 부하 왕건에 의해 축출당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2인자를 용납하지 않은 세조 역시 어린 단종을 유배지에서 사약을 내려 목숨을 끊었다.어린 단종의 존재와 이복형 김정남의 존재는 세조와 김정은에게 세월만 다를뿐 끊임없는 불안거리였다.

 

단종의 죽음은 금성대군이 단종의 복위를 위해 반정을 꾸미다 세조에게 들킨 것이고 김정남의 죽음은 '최고존엄'의 자리에 오른 김정은이 김정남을 옹호하려는 불특정 다수의 세력들로 부터 암살을 당할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 했으리라고 보는 시각이 크다.

 

또 한편으로는 김정은 정권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 정부가 김정남의 신변을 보호하면서 '포스트 김정은'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이 암암리에 퍼지면서 김정은을 더욱 긴장시켰을수도 있다.

 

젊은 독제자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사망 이후 자신의 3대 세습정권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은 가차없이 제거해 왔다.

군부 실세로 꼽히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시작으로 김정일 장례식 때 영구차를 호위했던 김정각 등 ‘군부 4인방’도 숙청했다.

 

권력 2인자이자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2013년 12월에 전격 처형해 국제적인 살인자로 세계인들을 경악케 했다. 이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재판 절차도 없이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했고 김용진 내각 부총리 역시 불량한 자세로 앉았다는 이유로 처형해 버렸다.

 

어느 정도 자신의 정적들에 대한 정리가 끝났다고 판단한 김정은은 자신에게 생명줄과 같은 존재이면서 정적들의 숙청과 처형에 앞장섰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을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시킨뒤 해임해 버렸다. 

 

럭비공같은 어린왕자 김정은은 5년간 거의 100명의 간부들을 처형했다. 백두혈통의 적자로 알려진 이복형 김정남까지 암살함으로써 무소불위의 행보에 정점을 찍었다.

 

마지막 정적마저 사라져버린 북한‘왕조’에서 김정은의 독재는 더욱 확고해질 수 밖에 없다.

 

김정은은 독재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먼저 스스로가 잔인해져야만 한다는 것에 충실했다.

 

이제 김정남은 죽었다. 5년동안 그토록 죽여야 한다는 일념에서 거사를 성공적으로 치뤘고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쉴지는 모르겠으나 김정남의 죽음이 김정은에게 결코 평온를 가져다 주지 못할 것이다.

왜 일까? 그것은 배다른 형을 죽였다는 비정함도 있지만 베일에 쌓여 있는 자신의 출생과 혈통의 비밀이 북한주민들에게 밝혀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파멸로 이끌수 있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정은에게 목숨으로 충성하고 김정은 정권을 지탱해온 공안기관의 균열은 김정은에게 또다른 불행의 씨앗이 될수도 있다. 북한의 공안기관은 감시와 사찰을 통한 유혈숙청과 공포정치의 핵심축이자 김정은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존재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독재체제의 공안기구들이 정권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이유는 내면적인 충성이 아니라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언제든지 자신들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면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공안기구의 수장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독재자를 제거하는 일들이 비일비재(非一非)하게 이루어져 왔다. 주인을 죽인다는 것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정남이 제거됬다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끝을 이야기하는 서막'일수도 있다. 따라서 김정은도 자신이 측근에 의해 제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욱 엄습해 올 것이고 김정남의 암살사건은 시간차를 두고 북한내 주민들에게 확산될 것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듯이 300만대 이상이 보급된 북한내 휴대전화가 이제 '카드라' 통신으로 엘리트층에서 부터 김정남의 독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임금님귀가 당나귀라는 사실이 결코 감추어지지 않았던 것 처럼 악은 결코 선을 이기지 못한다. 따라서 김정은의 공포정치 면허는 이제 아웃이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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