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숲에서

이미란

 

한 시대의 바람이 황황히 가고

한 시대의 바람이 황황히 온다

그러니 사람들이여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갈참나무 밑동을 흔들며

노랗게 봄이 오나니

그러니 사람들이여

동면 속 깊은 꿈을 털고 일어나

갈참나무 밑동을 보러 갈 일이다

노랗게 노랗게 흔들리며

노랗게 노랗게 살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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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귀기울여보면 지금 숲들이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들린다. 봄은 얼음을 깨고 나오는 꽃들로부터 온다. 잎새들보다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올리는 꽃을 먼저 보여주는 대자연의 아량이 신비롭다. 봄이 오는 하늘과 갈참나무 밑동에도,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숲을 이룬 뜨거운 저 광장에도 노랑노랑 봄이 움튼다.

올해는 아프게 아프게 봄이 왔다. 어떤 광풍이 서서히 잦아드는 봄길로 달려가 보자.

눈부시게 노란 개나리꽃처럼 노란 꿈들이 일어서고 있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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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시인 /

강원도 양구 출생

1997년 <학산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준비된 말도 없이 나는 떠났다』, 『내 남자의 사랑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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