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장교동 C & 그룹 본사와 계열사인 대구 C & 우방 등으로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을 보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자료를 확보했다.     [e중앙뉴스= 지완구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김홍일 검사장은 21일 수백억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려 정ㆍ관계에 로비를 벌인 혐의로 C & 그룹 본사와 계열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또 임병석(49) C & 그룹 회장을 자택에서 체포하고 전ㆍ현직 임원을 소환, 조사 중이다.

대검 중수부가 직접 수사에 나선 것은 작년 6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 종료 이후 1년4개월 만으로, 정관계와 기업을 겨냥한 대대적인 사정수사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대검은 C & 그룹 외에도 대기업 2~3곳의 비리 혐의를 잡았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 장교동 C & 그룹 본사와 계열사인 대구 C & 우방 등으로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을 보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 & A)으로 무리하게 사세를 키우다 붕괴된 C & 그룹의 경영진이 계열사의 회계장부 등을 조작해 거액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빼돌린 돈으로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사세 확장이나 경영난 수습 과정에서 정,관계에 무차별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 정관계를 겨냥한 수사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부는 지난 7월부터 C & 그룹에 대한 광범위한 내사를 벌여 이미 상당한 물증과 제보자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회사자금 횡령과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임 회장을 상대로 계열사의 회계장부 등을 조작해 회사자금을 빼돌렸는지, 그렇게 조성한 비자금을 정관계에 건넸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으나 임 회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2일 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최근 검찰 수사의 최대 이슈는 단연 한화그룹과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이었다. 지난달 16일 한화그룹 수사에 본격 착수한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한화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지난 13일 태광그룹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재계 14위(한화)와 40위(태광) 재벌그룹 2곳을 한 수사팀이 동시에 수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현재 한화 수사는 다소 소강국면이지만 여전히 진행형이고, 태광그룹 사건은 비자금은 물론 편법증여 및 정ㆍ관계 로비 의혹 등으로 확대되면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검 중수부가 21일 C & 그룹 수사에 나서자 검찰 주변에선 "대기업 수사 시나리오가 사전에 마련돼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가 예고편에 불과했다면, 이제부터가 사정 수사의 '본편'일 것이라는 의미다. 그 동안 대검 중수부가 내사한 대기업이 3,4개에 이른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서부지검의 수사 2건은 순전히 제보에 의해 시작된 반면, C & 그룹 수사는 중수부가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기획수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사의 관전 포인트도 다르다. 한화ㆍ태광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는 '공정사회' 국정 기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나, C & 그룹 사건은 그보다는 정치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은 사실상 몰락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DJ정부와 참여정부 기간 동안 C & 그룹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임 회장의 삼촌인 임갑표(62) C & 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핵심 보직의 전ㆍ현직 임원 5~6명과 C & 우방 등 지방 소재 계열사 임원들도 소환, 기업 M & A 자금의 조달 경위와 정관계 로비 등에 대해 집중 추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창업주인 임 회장이 이끄는 C & 그룹은 1990년 무명의 지역 해운업체인 칠산해운(옛 쎄븐마운틴해운, 현 C & 해운)으로 출발해 공격적인 경영으로 십수년 만에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60위권의 중견그룹으로 도약했다.

특히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세양선박(현 C & 상선), 우방건설(C & 우방), 진도(C & 중공업) 등 굵직한 기업을 차례로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주력 조선산업의 침체와 무리한 M & A에 따른 후유증으로 그룹 전체가 급속히 무너져 현재 영업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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