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본부장, 노조위원장에 욕설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KEB하나은행의 회사와 노동조합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최근 시중은행 대부분이 임금협상을 마친 상태에서 KEB하나은행만 임금 협상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인사본부장과 노조위원장 간에 고성과 욕설이 오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합과 사측이 점점 험악해지는 분위기다.

 

28일 업계 등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사측과 노조 측 간에 임금협상, 승진 인사, 성과급 지급 등 대부분의 노사간 합의 사항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임금 협상 자리에서 오태균 HR본부장이 김정한 노조위원장에게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지는 양상이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6일에 열린 임금협상 자리에서 함영주 은행장과 행장실에서 면담이 이뤄졌고, 함 행장이 나간 이후 오 본부장이 김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서 위원장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부하 직원 대하듯 훈계를 했다.

 

또한 오 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자기를 음해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감정이 격해지고, 서로 고성이 오가는 사이에 오 본부장이 “니가 위원장이냐? 이 싸가지 없는 xx야”라고 막말을 했다는 것,

 

노조 관계자는 “서로 고성이 오간 부분에 대해서는 양 측 모두 유감스러운 일이나, 원인 제공자는 오 본부장이었다”며 “이런 식이면 협상 파트너로 본부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 노조는 올해 1월 통합노조가 설립됐다.

 

지난해 외환은행과 통합한 하나은행은 올해 새로운 통합노조가 출범한 이후 각종 협상 과정에서 합의된 사항이 전혀 없다. 

 

여기에 1월에 통합노조가 공식적인 출범식을 개최했을 때 회사에서는 출범식 장소를 제공하지 않았고, 이에 회사 로비에서 출범식이 거행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측이 노조를 길들이기 위한 힘 자랑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 KEB하나은행은 노사간 임금협상을 비롯해 직원 성과급 지급, 노조 전임자 파견 등 문제 등에서 단 한 가지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에서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다”며 “임금협상도 시중은행 수준에서 이뤄지는 걸 생각하고 있고, 지난해 1조3000억원에 이르는 순이익에 대한 성과급 지급도 임원진에게는 지급하고 직원들에게는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속한 지급을 요구하는 것 뿐이다”고 말했다.

 

또한 “노조 전임자 파견은 어느 정도 이견이 좁혀진 상황에서도 임금협상과 성과급 지급 등과 묶어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식의 협상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직원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듯한 회사의 모습에 조합원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노조는 매일 아침마다 이와 관련해 본점 앞에서 매일 1시간씩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고, 매일 영업본부 분회장들을 만나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소식들을 공유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아직 최종적으로 파업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조합원이 참여하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 대화의 창구는 항상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관련해 KEB하나은행 사측은 통합노조가 처음 출범되면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 좀 더 시간이 할애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오 본부장의 욕설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통합노조가 올해 처음 출범하고 새롭게 사측과 노조 측이 협상을 조율하다 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임원진에게 모두 성과급이 지급됐다는 것은 연봉제 자체가 다르다 보니 생겨난 오해”라며 “직원은 90%의 고정급에 10%의 성과급으로 연봉이 지급되나, 임원진은 모두 성과급으로 지급되다 보니 급여를 지급함에 있어서 이런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아직 임원진에 대한 지난해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통합노조가 처음 출범하고, 서로 간에 의견 차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과도기적 성향이 강하다”며 “외부적으로 이야기가 자꾸 흘러나오다 보니 노사 간에 골이 더 깊어지는 경향이 있어 최대한 말을 아낄 수 밖에 없지만, 회사 측도 대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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