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현실성 결여된 무리한 요구"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국민연금이 대우조선에 대한 제3 기관의 재실사를 산업은행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현실성이 결여된 무리한 요구’라며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자금사정을 고려할 때 4월말~5월초 중 부도위기에 직면하게 되므로, 조속한 시일 안에 구체적인 방식 등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채권자들에게 자율합의에 도달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편, 합의 무산에 대비한 P플랜도 적극 대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이날 오후 전주에 내려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들을 만나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정확한 상황과 회생 가능성을 산은과 회계법인의 자료가 아닌 제3의 기관을 통해 실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채무재조정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연금 측에 따르면 이런 국민연금의 요구에 산업은행은 거절 의사를 확실히 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삼정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회사채 투자자들에 채권 1조3500억원 가운데 50%를 출자전환하고, 50%는 상환을 3년 유예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그러나 자료가 부족해 채무 재조정 동의 여부를 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채무 재조정 결정을 3개월 미루자는 제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는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400억원 상환을 7월까지 미루는 대신 사채권자 집회를 연기해 다시 채무 재조정을 논의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정상화는 더 이상 미뤄서도 안되고 미룰 수도 업는 만큼, 회사채·CP 투자자 설득 등 사채권자집회 가결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자금사정을 고려할 때 추가 자금지원이 없으면 4월말~5월초 중 사실상 부도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오는 21일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4400억원 상환 여부와는 별개로 선박건조와 관련해 막대한 자금지출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구체적 방식과 절차가 이달 중 반드시 결정·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일부 사채권자가 지난 3개월간 외부실사법인이 진행한 객관적 실사결과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실사하겠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우조선의 긴급한 유동성 상황 및 별도 실사에 수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재실사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성이 결여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 동안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별 채권자가 별도의 실사를 통해 정상화방안을 수립한 사례도 없음을 고려할 때, 형평성 측면에서도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처리방향 및 일정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신속히 해결하지 못해 장기화될 경우, 대우조선의 회생가능성이 크게 저하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대우조선에 대한 시장불안 지속으로 신규수주에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영업력 훼손 가능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원자재 등을 정상 공급받기 어려워짐에 따라, 추가 공정지연이 발생해 부실이 급격히 확대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한 구조조정 추진이 지연될 경우, 대우조선과 거래 중인 중소 협력업체·기자재업체로 부실이 확산·전이되는 등 국내 조선산업 생태계에도 심대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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