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 연합뉴스

[중앙뉴스=신주영기자]한국이 미국의'환율조작국' 지정을 면했다.

 

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 지위를 그대로 유지시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한국이 환율조작국에 지정되지 않은 것은 통상 관계에서 팽팽했던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기류가 누그러지고 우리 외환당국이 미국에 환율 정책을 적극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로 합의한 뒤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제외 결과가 나온 만큼 추후 한국에도 유사한 통상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급한 불은 껐지만 10월 예정된 환율보고서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할 수 없는 만큼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한 것은 이달 초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취임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두 달 사이 두 차례 전화 통화와 한 차례의 양자 면담을 갖고 환율 시장에 일방적인 개입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2월에는 한국이 환율조작국이라고 주장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기재부와 한국은행이 FT 영국 본사와 일본 지사에 이례적으로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올해 들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시동을 걸기도 했다.

 

정부는 대미 교역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미국산 셰일가스를 연간 280만톤(t) 규모로 도입하고 다른 원자재 교역을 늘리기로 했다. 이어 미국의 항공기, 항공기부품 도입 등의로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실제 올해 1∼2월 대미 무역 흑자는 38억8천41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5%나 줄었다. 지난해 2월까지 대미 무역 흑자 6위였던 한국의 순위는 9위로 낮아졌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관찰대상국 지위는 미국이 환율 관리를 주시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해당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번 환율보고서 발표는 직전에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양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는 등의 특이 요인이 있었다.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아 일시적으로 누그러진 양국 사이 긴장감이 다시 팽팽해지면 다음 환율보고서가 나오는 10월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현재 관찰대상국 상태인 한국도 덩달아 환율조작국에 오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일시적으로 접은 것일 뿐 상대국에 강력한 통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기조까지 변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안심할 수 없는 요소다.

 

당장 중국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대미 무역 흑자 국가인 한국에도 비슷한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중산층 제조업 근로자이기 때문에 수출 여건이 좋아야 한다"며 "경제 회복기에 들어가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수출도 잘 돼야 하는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결국 미국은 대미 무역 흑자 국가를 대상으로 통상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미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앞으로도 정부 환율정책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관찰대상국 지정이 예견했던 결과여서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미국에 우리 측 외환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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