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








   
 
▲ 김영배 부회장 약력
1956년 5월 경남 생 
부산사대부고/ 중앙대/조지아대학원 경제학박사 
경영자총협회 조사부 부장(1987)
경영자총협회 부설 노동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경영자총협회 조사담당이사
경영자총협회 상무이사, 정잭본부 본부장
경영자총협회 전무이사
경영자총협회 부회장(2004~현재)
한국국제노동재단 이사(2004~현재)
국제노동기구 이사(2008~현재)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최근 경제위기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상황이 쉽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자본주의의 위기가 그러하듯 신용위기에서 시작된 위기상황은 경제주체들의 심리적인 요인을 자극, 위기가 증폭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경제주체들에게 안정된 마인드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우리 기업들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이것이 오히려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특히 우리 기업의 임금체계는 기업의 성과가 좋든 나쁘든 일정하게 지급되는 고정비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고통이 잘 전달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는 최근의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소비수요 감소폭이 작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의 배경에는 우리 기업들이 상당한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우리 기업의 부채비율은 외환위기 당시 평균 400%(건설업의 경우 650% 수준)였지만  현재는 100%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개선됐으며, 전체 상장기업의 사내유보금도 4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행들도 상당히 여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들이 복잡하게 얽혀들면서 사람들이 위기상황에 둔감해지고 대안을 찾는데 소홀한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한편 세계 경제에 부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진보적인 시각을 가진 측에서는 이를 두고 자유시장경제의 문제로 이슈화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자유시장경제가 크게 후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장기화의 원인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이에 대한 무역보복 때문이었다는 반성이 이루어지면서 세계 각국 정부 사이에 보호무역은 현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는 컨센서스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봄 ‘춘투’ 현실화 가능성 높아 
최근 경제5단체가 여야를 방문,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한 바 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어려움에 빠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섬유나 전자 등 산업현장에서는 한미 FTA가 조기에 발효되면 상황이 좀 나아질 것 같다는 요구가 있었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먼저 FTA를 비준하는 것에 대해 굴욕적이라느니 우리가 하면 미국도 한다는 증거를 제시하라느니 하면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만일 한미간 FTA 협상이 대등한 가운데 진행된다면 이러한 주장이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한미 양국의 교역상 지위는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 미국은 중요한 교역국인 반면 미국에 있어 한국은 매우 미미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내수가 탄탄하고 세계무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 한미 FTA는 급한 문제가 되지 못하는 반면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는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이 먼저 비준을 하면 미국 행정부가 움직일 수밖에 없고, 한미 재계회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로비를 해 나간다면 결국은 미국 의회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특히 미국 내에서 한미 FTA의 수혜를 보게 되는 미국 농업부문이 가지는 의회에 대한 입김을 생각할 때 이러한 생각은 더욱 확신을 갖게 된다.

노사문제와 관련해 지금 현장은 매우 어렵고 4월이나 5월이 되면 잠재되어 있던 문제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경우 올해 중반기에 개인신용 문제가 터질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를 하고 있으며, 현재 개인파산으로 인한 경제불안은 전세계적인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현장에서는 노와 사를 막론하고 이러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번에 노사민정(勞使民政)간 대타협을 추진하게 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외환위기 시절에 금 모으기 등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가 된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으며, 대타협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노사민정 대타협은 현장에 확산되고 있는 불안심리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즉 경영계는 위기 상황이 올해 안에 끝이 난다는 전제 아래 해고를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막대하고 추후 다시 채용하는 비용까지를 감안한다면 노동계의 양보를 바탕으로 차라리 고용을 유지하고 안정 기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사회통합 등 여러 관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합의내용과 관련해 임금삭감이 아닌 절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노동계 조직 내부의 역학관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역시 임금을 낮추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를 하면서도 기본급부터 건드리는 경우 조직내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반영, 임금을 낮추어야 하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상여금 등 부가적인 급여부터 손을 댄다는 차원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다만 경제상황이 처음 협상이 시작된 1월 중순에 비해 더욱 악화되고 있어 걱정되는 측면이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경제논리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졸초임 삭감을 통해 신입 및 인턴사원 채용을 늘리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다소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을 하면서도 채용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직업능력이나 인적자본을 키울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청년들의 입장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정규직 계약 4년 연장은 현실 부합
노동관련법의 개정과 관련해서는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 그리고 복수노조·전임자 문제가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먼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현행 비정규직 보호법이 올해로 시행 2년째를 맞아 대다수 비정규 근로자들이 계약기간 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고, 경제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인원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에서 비정규 근로자가 우선 타깃이 되리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즉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좌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 참석자 명단
강응선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김광석 KBS 해설위원/ 김기천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성기 국민일보 논설위원/ 우득정 서울신문 논설위원/ 민병문 헤럴드경제 주필/ 박무종 코리아 타임즈 대표/ 박태욱 중앙일보 논설실장/ 변상근 중앙일보 논설고문/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이규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이도선 연합뉴스 논설실장/ 최남현 코리아헤럴드 주필/ 최원근 기업&미디어 주필/ 추창근 한국경제 논설실장/ 홍은주 MBC 논설실장(이상 가나다순)
 

이를 두고 노동계 등 일부에서는 사용자를 위한 제도개선이니 비즈니스 프렌들리니 하면서 폄하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 할 수 있다.

비정규직 계약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되면 기업에 유리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규직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고, 비정규 근로자들도 2년에서 4년으로 자동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조가 반대하고 기업도 부담을 안고 있는 제도를 굳이 도입하고자 하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는 하면서도 노동계가 이를 쟁점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근로자들을 보면 2년 근무한 사람보다는 4년을 근무한 사람의 정규직 전환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누구를 위한 제도개선인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복수노조·전임자의 문제는 매우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라 할 수 있다. 특히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문제는 제도를 시행한 이후에 그것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노동계가 복수노조를 시급히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처럼 보이고는 있으나 이것이 본심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노동계 역시 내심으로는 복수노조 허용의 문제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금지하는 문제에 대해서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를 자신들에 대한 정리해고 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조 전임자로 인한 폐해가 지나치게 큰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노동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노조전임자는 대략 1만여 명에 달하고 있으나 문제는 보이지 않는 노조전임자라 할 수 있다.

즉 개별기업의 단체협약에는 노조 전임자를 몇 명으로 한다는 식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회사가 손을 댈 수 없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할 때 그 숫자는 엄청나게 증가한다.
노동계가 노동절이나 정치집회와 같은 행사를 치룰 때면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전임자라 보면 된다.

이 때문에 스스로 전임자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노동조합들의 경우에는 괜히 우리까지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합리적인 전임자를 용인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전임자 그룹을 막는 법적 기술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불합리한 노사관계 반드시 개혁해야
   
 
 
그리고 원칙적으로 보아도 조합비를 좀 올려서 노동운동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 실제로 노조전임자인 조합간부들의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조합원들을 위해 회사측으로부터 어떻게든 없는 것이라도 만들어서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우수한 사업장일수록 그러한 경향성이 강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의 문제는 이러한 노사관계의 구조적 불균형을 시정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는 연말까지는 처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며, 특히 복수노조와 관련한 교섭창구 단일화문제는 6월까지는 매듭을 지어야만 한다. 문제는 노동계와 정치권의 역학관계가 합리적 제도 개편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노총과 정부여당이 정책연합을 맺고 있어 한국노총의 영향력이 매우 큰 상황이며, 전통적으로 환경노동위원회는 야당의 몫으로 되어 있다는 점도 법이 합리적으로 개정되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은 표가 많은 노동계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합리적 제도 개선을 낙관하기 힘든 요인이다.

호주의 존 하워드 전 총리가 국민소득 2만불에서 선진국의 기준이 되는 4만불로 끌어 올리는데 있어 최대의 장벽은 노사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듯이 우리나라 역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노사관계를 반드시 개혁해야만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정치인은 물론 노와 사 역시 많은 부분에서 의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참석자 질의응답
Q. 최근 민주노총이나 좌파 쪽에서는 노사민정 대타협을 두고 반쪽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A. 민주노총이 노사민정 대타협에 참여를 안한 것은 임금은 절대로 손댈 수 없다는 전제조건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내부 인사들 중에는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직의 입장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사회적 대타협과 관련해 민주노총에도 참여를 요청했으나 민주노총 조직 내부의 문제 때문에 의사결정이 쉽지 않았고, 사안의 시급성에 비춰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반쪽이라는 비판은 적절하지 못하며,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심리를 제공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Q. 최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인턴채용을 늘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당장은 적으나마 급여를 받아서 좋기는 하겠지만 향후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A. 기업들은 인재가 기업의 사활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채용시 매우 정밀한 스크린 과정을 거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뽑는 인턴사원들을 1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차라리 공공근로를 늘리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인턴지망생들의 입장에서는 1년의 커리어가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며, 다음해 같은 회사에 취업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용이해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문제는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의 입장인데, 기업에서 인력관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이를 그리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효과가 의문시되면서도 정부가 얼마나 답답하면 이런 정책까지 들고 나왔을지 이해는 충분히 되는 측면도 있다.

Q. 역대 정부와 현 정부의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또는 자세를 비교한다면?
A. 현 정부가 노사관계의 문제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매우 강하지만 이를 실현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장애요인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좋아진 점은 역시 법 체계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점이며, 이 점에 대해서는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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