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강관 수량기입 오류 발주처 책임", 철도시설공단 "GS건설 상식 밖 주장"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수서발 고속열차(SRT) 시공사들의 공사 비리와 관련해 두산건설에 이어 GS건설까지 잇따라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공사 비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GS건설이 기존 설계보다 강관을 적게 삽입하고, 이에 따른 차익을 남겼다는 것이다. 

 

강관은 폭파작업으로 인해 약해진 지반을 다시 다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보강물로, 향후 건축물 붕괴와 산사태, 포트홀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이에 대한 안전관리 문제와 책임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S건설이 시공한 경기 용인의 기흥구 SRT 고속철도 부근의 경우 경부고속도로 바로 옆을 지나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혹시라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GS건설은 이에 대해 발주처에서 처음부터 숫자기입을 잘못했고 본인들은 설계대로 시공했을 뿐이라며 현재 법원에서도 이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기각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1차적인 책임이 있는 시공사가 이를 발주처 책임으로 돌린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지난 27일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송경호)에 따르면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GS건설의 SRT 공사구간 전 현장소장 김 모씨(50)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김 씨 등은 2015년 12월 GS건설이 공사를 맡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일대 구간 공사를 진행하면서 기존 설계와 달리 땅을 팔 때 화약발파 공법을 사용하고도 5~6배 가량 비용이 더 들어가는 저진동·저소음 공법(슈퍼웨지)을 사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209억원의 차익을 GS건설이 받도록 한 혐의다.

 

더 큰 문제는 김 씨가 해당 구간 터널 공사에서 설계대로 터널 상단부에 강관을 삽입하고, 강관 내에 경화제 등을 넣어 구조물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강관다단 그라우팅 공법'을 사용하면서, 강관을 1만5500여개 삽입하도록 한 설계보다 3300여개 적은 1만2000여개만 쓰고 제대로 공사한 것처럼 공사비를 청구했다는 것이다.

 

강관의 삽입은 발파작업으로 인해 약해진 지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를 통해 공사 과정에서 작업자들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향후 지반 침하를 막아 건축물의 안전성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고 기초적인 보강공사다.

 

수사가 이뤄진 발단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설계대로 공사가 진행됐음에도 균열이 생긴 것을 이상히 여겨 자체 감사를 벌이면서 발각됐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건축물의 균열은 이 강관다단 그라우팅 공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공사가 완공된 상태에서 앞으로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철도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관다단 그라우팅 공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벌써부터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데, 주변 지반이 그만큼 약한 상태라는 방증”이라며 “만약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건축물 뿐만 아니라 강우가 쏟아질 경우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아울러 도로나 인도의 경우에는 포트홀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는 시공사 감리단도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강관을 설계보다 무려 3000개 이상 빼돌리기 위해서는 서류 조작이 당연히 이뤄졌을 것이고, 시공 감리단도 이를 묵과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 작업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무리한 공사를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주변 지반의 침하가 이뤄진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GS건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발주처의 수량 기입이 먼저 잘못됐기 때문에 일어난 사항으로 자신들은 설계된 대로 시공을 마쳤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우리는 설계대로 시공을 했다”며 “발주처가 강관 수량 기입을 1만5500개라고 했으나, 감리단과 현장 실무자들이 설계대로 해보니 강관이 1만2000개가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위에서 이를 문제 삼으면서 일단 문제가 된 공사금액을 반납하고 작년부터 행정소송에 들어간 상태”라며 “법원에서 현장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유도 법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며,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발주처인 한국시설공단 측은 GS건설의 이 같은 주장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국시설공단 관계자는 “수량 기입이 잘못된 것은 작년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지적한 문제이기 때문에 인정하는 부분”이라면서도, “GS건설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기성금을 청구했다는 것은 시공사가 일한 만큼을 청구하는 것”이라며 “일을 안 한 부분을 GS건설이 청구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1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GS건설에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보통 기성금은 공정이 많을 경우 약식 기성으로 나간다”며 “관행상 청구한 금액만 확인해서 일단 지급하고 추후 자료를 통해 확인이 이뤄지는데, 당연히 기성금을 청구한 쪽에 우선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두산건설도 비슷한 수법으로 공사비 182억원을 타낸 혐의로 두산건설 현장소장 등 14명이 구속기소되고, 12명은 불구속기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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