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윤경 "대기업 투자·고용보다 '주가부양' 목적에만 열올려"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작년 상위 10대 기업이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식 배당에 쏟아 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이 투자와 고용보다는 ‘주가부양’ 목적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만 열을 올린다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국회 정무위)은 한국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유가증권 상장기업 배당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해 시가총액 상위 10대기업의 배당 및 자사주 취득금액이 급증했다고 1일 밝혔다. 

 

간접배당에 해당하는 자사주 매입을 포함할 경우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에 쏟아 부었다는 것이 제 의원의 주장이다. 이는 대기업이 투자와 고용보다 ‘주가부양’을 우선적인 경영목적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해 10대기업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39조8653억)에 비해 26% 감소해 29조5231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현금배당은 8조7640억원으로 2015년(8조5421억)에 비해 3% 정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10대기업 전체를 기준, 배당성향(현금배당/당기순이익)은 25.2%에서 27.6%로 2.4%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10대기업의 배당성향이 9.1%에서 불과 4년 만에 배당성향이 세배가 넘게 급증한 것이다.

 

제 의원 측은 “이런 결과는 최근 대기업의 경영형태가 본질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경영활동을 통해 남은 이익을 다시 투자해 미래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배당과 자사주 확대 등 단기 주주가치 경영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부터 정부가 실시한 배당소득증대세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현금배당이 급증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 의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2012년 17조3985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1조2066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작년에는 11조5797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3조9919억원을 배당에 쏟아 부었다. 지난 4년간 당기순이익은 33% 감소했지만 배당은 231% 급증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2012년 6.9%에서 34.5%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10대기업의 자사주 취득금액 총액은 7조9943억원으로 2015년(6조5659억원)에 비해 21.7% 증가했다. 배당이 주주에게 직접적으로 현금을 준다면, 자사주 매입은 주가상승을 통해 간접적으로 현금을 주는 간접배당이라고 할 수 있다. 

 

제 의원은 “자사주를 배당금에 포함하면 16조7583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의 54%를 배당에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라며 “자사주를 포함한 배당성향은 2012년 10.5%에서 4년 만에 다섯 배 이상 급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0대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급증한 것도 삼성전자의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29일, ‘주가부양’ 차원에서 1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했다. 

 

제 의원은 “2015년 4조2528억원에 이어 지난해 또 다시 7조139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며 “지난해 유가증권 상장기업 전체의 자사주 취득금액(14조6556억원)의 절반을 삼성전자가 차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삼성전자는 올해도 이미 1월부터 2조4517억원 상당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고, 7월까지 2조2552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 의원은 “원래 삼성전자는 자사주나 배당 등 미국식 ‘주주가치 극대화’ 경영형태를 취하지 않았다”며 “영업활동을 통해 남은 이익을 장기성장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불투명한 사업에 집중 투자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7년 1조8천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한 이례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었다”면서 “그런데 2014년 11월부터 금년 상반기까지 3년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18조5천억원 상당의 자사주 매입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자사주와 현금배당에 쏟아 부은 금액을 모두 합하면 11조1313억원에 달한다. 당기순이익(11조5797억원)의 96%를 주가부양에 쏟아 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은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경영권승계 전략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 제 의원의 설명이다. 

 

특히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공격 이후 주주환원 정책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취약한 지배력에 노출된 이 부회장의 경영권승계를 묵인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이 부회장은 주가부양과 배당확대로 외국인의 입맛에 길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친기업정책도 배당과 자사주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며 “이명박 정부는 2011년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의 취득과 처분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2015년부터 실시된 ‘배당소득증대세제’도 배당과 자사주 확대에 기름을 부었다고 할 수 있다”며 “현금배당 뿐만 아니라 자사주도 소각하면 배당으로 인정해 기업에 세제상의 혜택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대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자사주․배당 잔치를 벌이는 동안 10대기업의 고용은 오히려 3000여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고용은 지난해 9만3200명으로 전년 대비 3.8%(3698명)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 의원은 “프린팅사업부 매각으로 인한 감소분(1500여명)을 고려하더라도 2000명 이상 감소한 것”이라며 “특히 2015년에 합병한 삼성물산은 작년 말 기준 1만252명으로 15.2%(1831명)나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이 경영활동을 통해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이익을 다시 투자해 미래의 성장동력과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은 투자와 고용은 안중에도 없고 경영권승계를 위한 자사주나 배당확대에 혈안이 돼 있다”며 “경기회복과 일자리확대를 바라는 사회적 기대와는 한참 동떨어진 경영행태”라고 지적했다.

 

제 의원은 “대기업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와 배당 잔치에 쏟아 붓고 있는데 어떻게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수 있겠나”며 “기업은 영업활동을 통해 남은 이익을 다시 투자해 미래의 성장 동력과 고용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주가부양 목적의 과도한 자사주와 배당 잔치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지 따져봐야 할 때”라며 “특히 이명박 ․ 박근혜 정부에서 친기업정책으로 실시된 자사주와 배당 확대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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