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장미 대선이 남긴 것.. 文, 安, 洪 대선 삼국지

 

▲ 윤장섭 편집국장     © 중앙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의 결과는 결국 정권교체였다. 일명 '장미대선'으로 불리며 대한민국을 후꾼 달아오르게 만든 5월 9일 조기대선은 재수끝에 청와대 입성을 노리던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마무리됐다.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의 손으로 이뤄낸 성과로 그 어느 때보다 개혁과 적폐청산, 정의 실현에 대한 국민의 의지가 강했던 19대 대선이었다.

 

5人5色의 후보들은 한사람의 기권도 없이 대선레이스를 완주하며 승자를 축하했다.‘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를 내세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완주는 박수 받을만 했고 토론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토론의 달인’으로 떠오른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약진은 5년이 흐른 차기 대선에서도 회자(膾炙)될 정도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흑색 선전과 지역주의, 색깔론으로 얼룩졌던 과거의 선거를 넘어, 유권자들은 각 후보들의 정책과 토론회에 큰 관심을 보여주었고 한단계 더 성숙해진 시민의식으로 각자의 후보들을 응원했다.

 

그래서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노랫말 처럼 한사람 한사람 너무 고맙고 아름다운 선거였다.

 

지난 겨울 광장을 지킨 촛불 민심이 만들어낸 조기대선은, 결국 국민들의 생각과 뜻대로 마무리됐다. 광화문 촛불이 밝혀지는 자리에는 모든 후보들이 함께했고 그중에 국민 통합과 적폐 청산을 외치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열변을 토하던 문재인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이제 우리는 우리손으로 직접 선택한 문재인의 약속을 지금부터 주판알 놓듯, 하나하나 살펴보아야 한다.

 

이번 대선은 기본적으로 보수정권에서 진보 정권으로 중심의 축이 이동한 정권교체다. 정권 교체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 정치개혁까지 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선거였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나와 추운 광장 언저리에서 촛불을 밝힌 어린아이와, 생(生)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백발의 노인까지 광장의 촛불은 꺼질줄 몰랐다.

 

절박한 심정으로 촛불이 꺼질세라 국민들이 요구했던 시대적인 개혁 과제들이 과연 이나라 정치의 요람(搖籃)인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가 되었는가 하는 문제와 적폐청산이라는 추상적인 구호 외에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양극화 현상 등 여러 사회적 갈등과 관련된 이슈가 대선과정에서 충분하게 논의되지 않고 수박 겉할기 식으로 끝나버렸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부실한 선거였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선거기간이 너무 짧았고 탄핵 이슈가 대선경쟁을 압도할 정도로 컸다.

 

선거기간 내내 박근혜, 최순실 사태가 국민적 관심을 끌었고 대통령 선거때마다 붉어지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과 전쟁위기가 공포분위를 만들었다. 세월호 인양작업은 그야말로 약자의 눈물 그 자체였다. 그래서 국민들의 눈과 귀는 너무 바쁘고 피곤했다. 좀 더 차분하고 냉철하게 후보 한사람 한사람을 검증하고 선별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방송과 언론도 춤을 췄다. 여론조사와 판세분석은 뉴스 시간 시간마다 메인 화면을 장식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도를 더 높였다.

 

TV토론 역시 기대많큼 후보들을 분석하기에 불충분 했다. 흠집내기, 막말하기 등 그야말로 상식이 사라진 난타전이었다. 5명의 후보가 모두 똑같은 시간을 배정받아 공격과 수비를 해야하는 방식으로 토론의 깊이도 없고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으며 재수 없으면 많이 얻어 맞기도 했다. 중요한 대목에서도 시간에 쫒겨 제대로 파고 들지 못해 죽을 쑤기도 했다.

 

후보자 당사자들은 물론 각자의 후보를 응원하던 유권자들 역시 온탕과 냉탕을 오가가도 했다.

 

이번 19대 대선은 크게 정권교체를 바라는 쪽과 안보를 국가의 최우선으로 여기는 보수진영의 두 프레임으로 나뉘었다.

 

박근혜 탄핵의 여파로 초기에는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이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전쟁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안보프레임이 파고 들었다.

 

문재인후보가 1위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투표날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박근혜 정부에 식상한 국민들이 바꿔보자의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민들 마음속에는 늘 안보의 판도라상자가 자라를 잡고있다.

 

보수의 분열로 10%대의 지지를 받던 홍준표 후보가 순식간에 문재인 후보와 1,2위를 타투던 안철수 후보를 따라잡은 이면에는 이런 역학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권교체 프레임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탄핵의 최대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이미 진행중인 사드배치 문제와 한미동맹, 북한문제 접근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안보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보를 제1 과재로 삼고 가장먼저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안보의 해결없이 국회나 정국운영에 있어서 협치가 어려워 진다.

 

협치가 안되면 당장 정부구성도 안된다. 그것은 곧 국무총리 인준이 안된다는 것이며 장관 임명도 어렵다는 것이다.따라서 출발부터 삐걱 거릴수 있다.

 

새 정부를 정식으로 출범시키려면 새 총리가 장관을 제청해 청문회를 거치는 것이 원칙이다. 헌법에 그렇게 명문화돼 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총리를 지명했다. 다시 그렇게 한다면 앞전의 정부와 다를 것이 없고 결국 그것이 부메랑이 돼 새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번 19대 대선은 우리 정치에 변화를 주기에 충분했다. 역대 어느대통령도 전국적인 고른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영남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는 측면에서 나름의 정통성을 갖추게 됐다.

 

필자는 지역구도가 약화됐다는 의미와 함께 정책을 추진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강점을 갖고 국민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정부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을 읽을줄 아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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