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구도 대선! 이들의 손익계산서

[중앙뉴스=최지영 기자] 5월 9일 대한민국 제 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이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이후 숨가빴던 60일 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이번 대선에서는 양자구도 선거가 아닌 다자구도 선거로 치러졌다. ‘대통령이 누가 되는가?’도 물론 중요했지만 “누가 2위, 누가 3위, 4위, 5위를 차지하느냐?”도 중요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국민들은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들의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비록 대선에서 낙선하긴 했지만 국민들에게 자신을 확실히 각인시켰고 각각 차기 대선을 이어갈 명분까지 확보했다고 평한다. 이들의 대선과정을 비롯한 향후 행보에 관해 <중앙뉴스>가 알아봤다.

 

▲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 연합뉴스

 

▲ 무너진 보수를 결집시킨 홍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총 785만2843표(24.03%)를 얻어 2위로 낙선했다.

 

홍 후보는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자유한국당 경선에서 승리해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대선기간 초반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인해 지지율이 한자리수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홍 후보는 토론회 등을 거치며 대선 기간 종반에는 꾸준히 영남권에서 지지율을 올렸다.  TK지역이라고 부르는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반증에 성공했다. 이처럼 홍 후보는 보수층을 한데 결집시키면서 당초 예상을 뒤엎고 24.0%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다.

 

홍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내세운 공약으로는 29만원으로 동일한 누리과정 지원액을 소득수준에 따라 5단계로 나눠 지급하는 ‘누리과정 5단계 차등 지급’과 개헌을 통한 경찰의 독자적 영장 청구권 부여 등을 내세웠다.

 

또한 홍 후보는 주한 미군 사드 배치를 예정대로 진행하며 독자적인 핵무장을 검토하겠다고했다. 특히 다른 후보들과는 다르게 사법고시 부활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당 지지율이 10% 초반대를 밑도는 등 비관적 전망을 했지만 나름대로 선방한 결과라고 평한다.

 

한때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대선에서 15% 득표율을 얻지 못해 선거자금을 회수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정우택 상임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10일 마지막 중앙선대위 회의겸 해단식에서 "우리에게 불리하기만 하던 여건 속에서 이만큼 성취한 것도 기적"이라면서 "희망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특히 자유한국당 안팎으로 홍 후보는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선전했다고 평가한다. 이번 대선에서 홍 후보는 대통령이 되진 못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보수 진영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 치러진 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너진 지지기반을 세우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홍 후보도 5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저는 무너진 자유한국당을 복원한 것에 만족합니다. 감사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10일에는 “아직 남은 세월이 창창하고 자유대한민국을 위해 할 일이 남았다”며 “세상이 나를 다시 부를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홍 후보는 무너진 보수를 결집시켰다는 이유로 한국당을 다시 한번 일으킬 적임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홍 후보의 대선 이후 행보에 관해 정치 정문가들은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근거로서 홍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해제하고 당헌 104조의 '당무우선권'을 통해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13명을 일괄 복당시킨 것도 당권 장악을 위해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홍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당권 도전은 생각도 없다"고 단호히 말했지만 만약 홍 후보가 자유한국당 당 대표가 된다면 제1야당 대표로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항해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 후보는 대선 과정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외치며 사면을 주장하는 등 강경 보수 이미지를 굳혔다. 그러나 그 결과, 호남 지역에서는 거의 득표를 하지 못했고 특히 젊은층, 20대, 30대에서는 한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해 같은 보수를 추구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보다도 낮은 득표율이 나왔다.

 

또한 홍 후보는 여러 막말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3월 17일 YTN 인터뷰 도중 "하늘이 정해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설거지)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 된다"고 여성비하적 발언을 했으며 5월 4일 유세 때는 장인어른이 결혼을 반대했던 일화를 거론하며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장인을 집에 못 오게 했고 장모만 오게 했다. 용돈도 장모님한테만 주면서 영감탱이와 나눠 쓰면 앞으로 한 푼도 안 주겠다고 말했다"고 패륜논란이 들끓었다.

 

그 결과 한국갤럽이 실시한 4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호감도 조사에서 '비호감'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확장성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경남도지사까지 사퇴한 홍 후보가 과연 당대표에 도전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목을 끌고 있다.

 

▲ 한때는 문재인을 이길 대항마였지만 한순간에 몰락한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699만8323표(21.41%)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당 제19대 대선 후보로 선출 돼 문재인, 홍준표 등과 경쟁했지만 낙선했다.

 

안 후보는 대선 초반 문재인 대통령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반문(반문재인)세력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38%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TV토론에서 부진을 거듭하고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 특혜 채용 의혹 등 경쟁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21%의 득표율에 그쳤다.

 

안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내세운 공약은 재벌 기업 지배 구조 개선, 중소기업 취업 지원 등의 기업 정책을 비롯해 5·5·2학제 개편안과 교육부 폐지하는 등의 교육 개혁을 내세웠다.

 

이 외에도 주한 미군 사드 배치에 대해 예정대로 진행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등 안보분야에서는 비교적 보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특히 안 후보의 표심을 잃은 주요 사건으로는 4월 11일 2017 사립유치원 교육자대회에 참석해 "(규모가) 대형인 단설유치원 건설을 자제하고 현재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는 독립운영을 보장하고 시설 특성과 그에 따른 운영을 인정할 것"라며 "유치원이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인건비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20~30대 젊은 층 여성들의 표심을 잃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는 떨어진 지지율을 반등할 기회를 잃고 홍 후보에게로 지지율에서 밀려 정치적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3위로 마감한 안 후보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안 후보는 지난달 17일 대선 출마와 함께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해 정치적 활동도 불가능한 상황에 봉착했다.

 

안 후보는 출구조사 직후인 9일 밤 당 개표상황실에서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대선 이후 행보에 관해 하나같이 당분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대선 패배 책임론과 더불어 정계은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호남과 중도·보수층에서 일정한 지지세력를 확인한 안 후보는 10일 "(대한민국) 변화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며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 새로운 보수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유승민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19대 대통령선거에서 220만8771표(6.76%)를 획득해 4위를 차지했다.

 

유 후보는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5월 조기 대선이 결정된 이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주요 정당 가운데 첫 대선 후보가 됐다.

 

유 후보의 이번 대선 공약은 재벌 총수 일가에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원천 금지하고, 저출산 해결을 위한 ‘육아휴직 3년법’ 제안, 돌발 노동 제한 및 근로시간 공시제 도입등을 주장했다.

 

또한 유 후보는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며 전술핵 재배치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 후보는 이번 대선을 통해 비록 높은 득표율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기존 보수와 다른 개혁적 보수 이미지를 굳혔다. 선거기간 동안 TV 토론 등을 통해 경제 정의와 복지 등을 강조하면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기대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20대 득표율을 살펴보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비해 크게 앞서면서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불어 보수 정당의 지지기반인 영남에서만 득표를 얻은 것이 아닌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득표율을 획득해 보수정치의 확장성을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유승민 후보도 선거 개표 시작 후 당사에서 “제가 추구하는 개혁보수의 미래에 공감해 주신 국민들 덕분에 바른정당은 새 희망의 씨앗을 찾았다”며 “이제 우리는 모두 다시 하나가 돼 이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 후보는 미래의 정치인,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새로운 보수, 개혁 보수를 내세워 차기 대선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보수진영 차기 대선후보로 단독 조명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 후보는 10일 대선을 마친 소감으로 “저와 여러분, 바른정당이 새로운 보수에 대한 소신을 간직한다면 우리의 희망이 현실이 되는 날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 후보는 같은 보수 후보였던 홍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가 컸고 지지기반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선 선거기간 막판에 바른정당 의원 13명의 집단탈당으로 소속 의원 20명인 원내교섭단체가 아슬아슬한 점도 큰 부담이다.

 

더욱이 대선이 끝난 지금 보수후보 단일화 무산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며 바른정당 전열을 재정비해야하는 숙제도 있다.

 

▲ 국민들에게 자신을 확실히 각인시킨 심상정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201만7458표(6.17%)를 얻어 5위로 선거를 마감했다.

 

이번 대선에서 심 후보는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다짐을 지켰다. 그동안 진보 정당 대선 후보로 나서서 대선을 완주한 경우 자체가 많지 않다.

 

더욱이 심 후보는 비록 두 자릿수 득표율을 얻지 못했지만 진보 정당 후보로서 처음으로 의미 있는 득표율(6.2%) 기록했다.

 

심 후보의 19대 대선 공약은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하는 대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 부과, 대형마트 의무휴일 확대, 5년 내 정규직 고용 80%를 만들겠다는 노동정책과 함께 육아 휴직 급여를 통상임금 40%에서 통상임금 60%로 인상, 재원을 복지 용도로만 사용하는 사회복지세를 신설하는 사회개혁 등을 내세웠다.

 

이어 심 후보는 안보분야에 관해서는 특히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를 즉시 철회한다고 강조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했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다른 후보들과 비교할 때 ‘승리자’로 꼽힌다. 당초 기대한 두 자릿수 득표율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진보 정당 후보로는 최다 득표를 기록해 앞으로의 정의당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 있는 선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심 후보는 TV토론회를 통해 다른 후보와 다른 정책적 비전을 보여며 ‘합리적 진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대선 당시 '심상정의 1분'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이는 TV토론회 진행 중 당시 유력 대권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동성애에 반대한다”,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심 후보는 1분 발언권 찬스를 사용해 차별적 발언을 시정하라고 비판한 내용을 말한다.

 

심 후보는 대선이 끝난 뒤인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여러분 덕분에 정의롭고 평등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며 “비록 선거에서 승리하진 못했지만, 국민 여러분들과 이런 꿈을 같이 꿀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그래서 저와 정의당, 실망하지 않겠다. 멈추지 않겠다”고 대선 완주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심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의 열망을 실현하는 성공하는 개혁 대통령이 되시기를 바란다”며 “저와 정의당은 새 정부의 과감한 개혁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앞으로 심 후보가 문 대통령의 개혁에 힘을 실어 주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 할 수 있다.

 

다만 정의당이 원내 6석의 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하는 소수 정당이라는 것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승리자는 문재인이였다. 과연 낙선자 4인이 새 정부를 맞아 향후 어떻게 자신의 입지를 나타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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