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구축과 해체, 재구축을 통해 혼합되어 만들어지는 추상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차세대 블루오션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권현진 작가(38)의 개인전인 '불가시의 가시화'(Visualization of the Invisible)가 장미가 피기시작한 계절의 여왕인 5월에 열린다는 소식이다.

 

▲ 차세대 블루오션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권현진의 '불가시의 가시화'(Visualization of the Invisible)가 장미가 피기시작한 계절의 여왕인 5월에 열린다.     © 중앙뉴스

현대 추상미술에 기반을 두고 있는 권현진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2017. 5. 13 (SAT) ~ 2017. 6. 10 (SAT)까지 서울 용산구 소월로에 위치한 PYO GALLERY SEOUL 본관에서 열린다.

 

다음달 1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풍경화가들이 보여주는 붓끝의 기교가 아니라 가슴에서 배어나는 울림을 현란한 오방색 언어로 묘사한 입체추상화와 영상 설치 작품 등 30여점을 건다. 마음속 다채로운 기억의 언어를 마치 시인처럼 화면에 끄집어낸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권현진 작가는 근대적인 추상 회화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며 현대적인 추상 회화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환원주의로 대표되는 추상 회화가 가시적인 것을 불가시적인 것으로 환원시키고자 노력했다면, 반대로 권현진은 불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평면적인 흰 사각 캔버스로 치환할 수 있는 근대 추상 회화를 작가는 구부러진 스테인리스 타블로로, 색채의 단순함을 유려한 색채로 대치한다.

 

하나의 통일된 양식이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동시대의 다원주의를 작가는 여러 세계를 아우르는 개념과 감각의 혼합이라는 의미의 추상 회화로 실현하고자 한다. 작가의 전통적인 추상화에 대한 재사유는 추상 회화에 대한 동시대성의 요구이자 동시대 이후에 추상 회화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권현진은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 유학했다. 이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 석사학위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권현진은 문학과 미술의 시각적 유사점을 붓끝에 흘려보내 왔다.

 

권현진의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성’을 현란한 원색의 시구로 묘사한 게 특징이다. 부드럽게 펼쳐진 바닷가의 모래언덕, 조용히 흐르는 듯한 강물, 어린 시절 고향 풍경 등을 봄싹을 피워 올리듯이 화면에 한 편의 서정시처럼 수놓았다.

 

과거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권현진은 풍경화가나 극사실주의 화가들이 보여주는 붓끝의 기교가 아닌 가슴에서 배어나는 내면의 울림으로 추상풍경의 이미지를 도출해낸다고 했다. 캔버스 천위에 추상적 에스키스를 투사해 그리기 시작해, 생생한 색상으로 이뤄진 권현진의 화법은 아주 이제 독자적 언어로 정착하고 있다"며 "물질성, 밀도, 질감, 그리고 유동성 등 페인팅의 고유한 특질들을 간직한 채, 엄청난 속도로 이 추상적 회화 공간을 채워가는 권현진의 작업들이 마침내 영상 작업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작가노트>

▲ 21세기 추상회화의 새 가능성


권현진은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오랫동안 논의 되었던 전통적인 추상화는 재사유가 필요하다. 20세기 미술에서 추상화란 형상을 제거하고 구상적이지 않은 것, 서술적이지 않은 것, 환영적이지 않은 것으로 오직 기존 회화에 대한 부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이는 보이는 것을 축소해서 환영을 없애고 깨끗하게 백색의 캔버스로 치환시켜 만들어진 것이었다. 예를 들어 몬드리안의 자연주의 제거를 통해 단순화한 작품이나 말레비치의 회화의 삭제와 제거를 통한 순수한 평면적 조건을 강조한 흰 사각 캔버스 작품이 그러한 예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의 부정과 삭제의 추상화는 이제 버려야 할 때이다. 현대의 추상은 재현과 서술, 그리고 환영을 지우고 비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빈 공간을 채우고 캔버스 밖의 영역까지 확장을 시도하는 추상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추상회화의 원조인 칸딘스키와 몬드리안, 그리고 뉴욕 추상표현주의가 지향했던 보이는 것을 축소해서 환영을 없애는 방식인 가시적인 것을 불가시적으로 환원시키고자 했던 것과는 역발상으로 21세기 추상화는 불가시적 세계를 가시화시켜야 한다.

 

보이지 않는 이미지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추상적 시·공간을 구축하고 해체, 재구축을 통해 존재하게 되는데, 이러한 의미의 추상이란 본질이나 형식과 같은 억압적 요소로부터 해방되어 비순수한 혼합의 형식이며 추상적인 혼합과 재배치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추상적 이미지는 가상의 이미지들이다.

 

▲ 끝없는 구축과 해체, 재구축을 통해 혼합되어 만들어지는 추상


권현진의 추상작품은 어떠한 본질적인 형식들을 추출하고 구체적인 내용들을 비워가는 과정의 추상화가 아닌 비순수한 혼합이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아닌 내면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잠시 동안 빛을 봤을 때 안구에 맺히는 환영들을 시각적 이미지로 그려내려는 시도로 처음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것은 추상적 사고로부터 시작되는 추상화를 의미한다.

 

끝없는 구축과 해체, 재구축을 통해 혼합되어 만들어지는 추상은 작업과정에서 처음 의도와는 다른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시각적 무의식이 존재하며 새로운 추상이 발견된다.

 

빛의 흐름, 색의 흐름, 물감의 흐름 등 새로운 배열을 혼합하고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캔버스 안의 그림만이 아닌 그 밖으로 움직이는 선들을 상상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가상성이 존재한다.

 

작품에서 보이는 가상의 추상이미지들은 현대양자물리학의 끈이론에서 주장하는 여분차원에서 영감을 받아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끈이 아닌 분자로 이루어져 눈으로 볼 수 없는 끈의 진동 패턴과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가상의 끈들의 연결과 물방울과 같은 거품효과들을 만들어 시각적 착시 효과를 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것은 현실 이미지로 추상을 만드는 것이 아닌 추상적인 사고로부터 출발하여 형식의 변형과 연결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상의 이미지를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고 재배치하여 만들어진 추상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이미지들은 여러 형태의 다원적 세계 속에 존속될 수 있다. 이러한 추상적 가상이미지는 관람객들의 상상과 무의식을 자극하고, 고정된 2차원의 회화작품이지만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을 표현한다.

 ▲ 디지털 환경 안에 아날로그적 수작업을 담는 미디어아트


가변적 추상형태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본인의 회화작업에서 유래된 추상성은 입체회화작업과 미디어작업으로 이어졌다. <Visual Poetry Sculpture> 시리즈인 입체회화작업은 변형 캔버스의 형태로 스테인리스 스틸에 굴곡을 주고 그 위에 색들을 칠하고 광택을 주어 고정된 회화에 조각적 입체공간을 융합하여 평면의 2차원을 3차원의 복잡성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 차세대 블루오션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권현진의'불가시의 가시화'(Visualization of the Invisible)가 장미가 피기시작한 계절의 여왕인 5월에 열린다.     © 중앙뉴스

 

미디어작업은 영상이라는 매체적 특성을 이용하여 끊임없이 움직이는 추상회화 작품을 계속해서 보고 있는 듯 한 환영을 만들고 기존의 추상적 이미지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관람객들의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 또한 자극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디어아트를 전통 회화와 융합시키고 확장시켜 디지털 환경 안에 아날로그적 수작업을 담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전통회화에서 보여주는 매체적 물질성과 테크놀로지를 도구로 사용하는 작가의 창조적 개입이 단지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 아닌 예술의 자율성과 독창성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의 확장된 개념으로 재해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Visual Poetry>는 자신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 것만을 보지 말고, 자신이 실제 보는 것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일차적 방식의 보는 방법이 아닌 감은 눈과 눈 표면으로 시각적 환상과 캔버스 밖의 가상까지 보여주기에 집중한 작품이다.

 

이러한 시각적 환상은 단지 시각적 지각으로만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시각적 지각뿐만 아니라 촉각적 지각으로 이해해야 한다.

 

하나의 원근법으로 그려진 공간이 아니라 단일 시점으로 파악 될 수 없는 가변적이고 다양한 추상적 형태와 색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단순히 시각적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다양한 시점으로 시각을 자극하기 때문에 촉각적 지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권현진의 작품 <Visual Poetry> 시리즈는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우리의 희망, 꿈, 비밀, 감정 등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색의 배열과 움직임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나 한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려는 시도를 하였다.

 

Visual Poetry는 회화와 시적 언어라는 두 개의 장르를 융합하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시적 표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채도가 최소 7~8도 이상인 색의 농도가 강한 하이크롬 색상을 사용하고 물감의 가변적 표면효과나 재료의 물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얼룩이나 거품과 같은 표면효과를 통해서 추상표현이미지를 극대화하여 강한 자극을 만들고 표현효과를 증대시켰다.

 

▲ 차세대 블루오션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권현진의 '불가시의 가시화'(Visualization of the Invisible)가 장미가 피기시작한 계절의 여왕인 5월에 열린다.     © 중앙뉴스

 

고채도의 색면과 함께 색면들 사이에 나타나는 거품효과는 색면의 단조로움을 깨뜨림으로써 표현효과를 극대화시켜 신비로운 느낌과 함께 시적 환영과 환상이 동반되도록 유도한다.

 

회화에서 본다는 것은 원리를 배제하는 것이다. 칸딘스키가 추상화를 발견했을 때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봤듯이 기존 학습되었던 시각이 아닌 시각적인 것의 붕괴를 통해서 새로운 형식의 변형과 재배치를 통해서 다양한 형태의 다원적 세계로 이해해야 한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이 추상에 관한 것이며 예술에서나 개념, 감각에서나 새로운 혼합으로 이루어진 세계의 무수한 잠재력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표갤러리에서는 권현진 작가의 개인전 «불가시의 가시화»를 통해 젊은 작가의 시선을 통한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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