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생명은 한 단계 낮은 '기관경고'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금융위원회가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이른바 빅3 생명보험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했다. 특히, 교보생명은 1개월 영업 일부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자살보험금 사태가 일단락됐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례회의를 열어 삼성·교보·한화생명에 대한 제재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들 보험사는 고객이 책임개시일 2년 이후 자살할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약관을 맺어놓고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를 지급하도록 명령했음에도 지급하지 않다가, 작년 말부터 중징계를 예고하자 뒤늦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교보생명의 경우 1개월 영업 일부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재해사망을 담보하는 보장성보험을 한 달간 판매하지 못한다. 아울러 3년간 인수·합병(M&A) 등의 신사업 추진이 금지된다.

 

생보사가 영업 일부 정지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수위의 기관경고가 확정됐다. 이들에 대한 징계는 금융감독원장 전결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1년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지 못한다.

 

과징금은 삼성생명이 가장 많은 9억9400만원이 부과됐고, 교보생명은 4억2800만원, 한화생명은 3억9500만원의 과징금이 부여됐다.

 

세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김창수(삼성생명)·차남규(한화생명)·신창재(교보생명) 대표이사는 모두 '주의적 경고' 징계를 받았다.

 

CEO가 문책경고를 받으면 연임이나 다른 금융회사로의 재취업이 불가능하나, '주의적 경고' 이하의 제재는 별다른 제한이 없어 이들 CEO들에게는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자살보험금 사태는 보험사들이 2001년부터 2010년 표준약관 개정 전까지 자살 전까지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약관을 만들어 특약 상품을 판매하면서 시작했다.

 

보험사들은 한 보험사의 실수로 인해 이 같은 약관을 사용했는데, 이를 무분별하게 베껴 사용한 것이다.

 

무려 9년간 별다른 약관 수정 없이 사용한 보험사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고객들에게 전가해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했다.

 

이에 따른 분쟁이 지속되면서 금감원은 2014년 ING생명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현장검사를 벌였고, 금감원은 보험사들에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이번에 제재를 받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은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지급을 지속적으로 미뤄왔다.

 

아울러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보험금 지급이 미뤄지면서 보험 계약자들의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 2년이 지난 부분에 대해서는 소멸시효 만료라는 핑계로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소명실효가 지났다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를 근거로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자, 금감원은 "약관을 통한 소비자와의 약속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며 대법원의 판결과 별개로 중징계를 예고했다.

 

당장 CEO 안위가 불안해진 데다 신뢰가 생명인 보험사의 기업 이미지도 나빠지자 버티던 삼성·교보·한화생명은 떠밀리듯 모두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

 

자살보험금 지급 이후 제재 수위가 낮아져 세 회사의 CEO는 모두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삼성·한화생명은 영업 일부 정지 제재가 '기관경고'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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