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교사 10명 중 6명 이상은 공문처리를 위해 수업시간을 자율학습으로 대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가 지난 주 2010년도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전국 초중고 교원 4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서울지역 초·중·고교 한 곳씩을 선정, 올해 학교에 접수된 공문 전체수를 모니터한 결과 밝혀졌다.

한국교총이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유초중등 교원 4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공문처리로 인해 불가피하게 수업시간을 자율학습 등으로 대체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월 4회 이상(10.4%), 월 2-3회 정도(20.7%), 월 1회 정도(22%), 학기당 1회 정도(11.3%)로 응답해, 일선 교원들의 공문처리에 따른 수업결손 현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해 6월 한국교총이 동일 질문에 대한 설문결과(월 4회 이상(15.9%), 월 2-3회 정도(26.8%), 월 1회 정도(25.9%), 학기당 1회 정도(16.9%))보다는 다소 감소하였으나, 공문처리로 인한 수업결손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함을 입증한 것이다.

또한, 올 해 주당 평균 공문처리건수를 묻는 질문에 교원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주당 10건 이상을 처리(36.6%)하고 6-9건(14.1%), 3-5건(26.5%), 1-2건(20.5%)을 각각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문처리를 위한 주당 평균 소비시간을 묻는 질문에 3-6시간(38.3%), 3시간 미만(24.8%) 11시간 이상(17.1%), 7-10시간(17.1%)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국감자료 요구건수 및 처리시간의 변화폭을 묻는 질문에 ‘비슷한 수준(45.8%)’, ‘늘었다(34.4%)’, ‘줄었다(14.9%)’로 응답했다. 그러나 올해 국감자료, 학교 대상 전체 발송건수가 디소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지난 해 대비 공문처리 건수 및 시간소요, 국감자료 요구건수 및 처리 시간 등에 대해 ‘지난해에 비해 늘었다 또는 비슷한 수준이다’라는 교원인식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교원들이 체감할 만큼, 공문건수가 대폭 감소하지 않았고, ▲ 공문건수는 다소 줄었지만 공문처리에 따른 소요시간과 노력이 크게 변하지 않아 이를 실질적 감소로 느끼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교육과 관련이 없는 여타 부처나 기관의 학교 대상 공문건수에 대해 응답교원의 58%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라고 응답해, ‘줄었다(13.2%)’, 늘었다(24.2%)라는 응답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신정기 한국교총 정책추진국장은 ‘여타 부처나 기관의 학교 대상 공문을 발송할 때 반드시 교과부나, 시도교육청을 경유해 공문을 발송하고, 교과부나 시도교육청도 단순 이첩만 할 것이 아니라, 공문 발송의 필요 여부, 학교 및 교사의 부담정도 등을 고려하여 발송여부를 판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신 국장은 ‘특히, 여타부처나 기관이 교과부나 시도교육청에 학교 공문발송 요청시 공문 내용에 따라 부서별로 판단해 학교에 공문을 송부함에 따라, 얼마나 공문이 생성되는 지 종합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한국교총은 교과부나 시도교육청에 학교 송부 공문을 조정·확인하는 담당부서를 지정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총이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21일까지 서울 초중고 각 1개교를 선정, 접수된 공문 전체를 모니터한 결과, 서울 지역 초등학교 6,034건(2009년 8,068건), 중학교 6,416건(2009년 8,289건), 고등학교 6,015건(2009년 8,743건)의 공문을 접수·처리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에 비해 공문 수가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니터 대상 학교 월평균 공문 접수·처리건수를 지난해와 대비하여 볼 때, 모니터한 학교별로 살펴볼 때, 초등학교는 월평균 공문 접수·처리 건수가 2009년 672건에서 2010년 603건으로, 중학교는 2009년 691건에서 2010년 642건으로, 고등학교는 2009년 729건에서 2010년 602건으로 다소 줄어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정감사 자료 요구가 시작되는 7월부터 국감자료 요구 증가에 따른 수업 부담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늘어남에 따라, 한국교총이 지난 8월에 국회의원 전원 및 교과부·교육청에 공문을 통해 ▲중복 보고 관행 근절, ▲요구 자료의 절대량을 줄이고, 불필요한 보고 및 절차 개선, ▲교과부 및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기초자료 및 기존 조사자료 등 DB자료 구축을 통해 자체 작성·보고토록 할 것을 요구한 이후, 지난해 대비 초등학교 9건, 중학교 7건, 고등학교 8건이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총은 이번 ‘국감자료 및 초중고 공문서 접수 처리 및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교와 교사는 연간 6천건 이상의 공문서 처리로 인해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없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음을 정부, 국회, 시도교육청 등이 유념해 지속적으로 학교 대상 공문을 자제하고, 실질적인 교원잡무 감축방안을 마련해 교사가 수업과 전문성 향상에만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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