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 되고, 누구는 안되는 정규직 전환.. 문재인 정부 첫 시험무대

▲ 윤장섭 편집국장     © 중앙뉴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5월의 핵으로 번지려는 양상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늘 끊이지 않고 나오는 단골 메뉴지만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그 볼륨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민간기업은 말 할것도 없고 수많은 공공기관을 감독하고 있는 정부조차도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판도라상자다.

 

차라리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명칭 자체를 없애고 오로지 능력에 따라서 성과 급료를 지급해 주는 건 어떨까? 올커니! 그방법이 있었네 그려..정말 그럴까?

 

낫 놓고 ㄱ 字도 모르는 바보라도 일 잘하는 사람에게 돈을 더 주어야 한다는 것은 다 알고있다.솔직히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비정규직 문제가 이처럼 시끄러운 사회 문제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비 정규직 근로자가 삶의 현장에서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는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은 정규직들의 기득권 고수와 자본가의 이윤 추구가 맞물린 탓으로 보는 것이 보편적인 진리였다.

 

따라서 비 정규직의 문제는 어느 한 쪽의 대폭적인 양보가 없이는 죽었다 깨어난다 해도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해왔다.

그래서 비 정규직 문제는 심심찮게 우리 사회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소이자 끊임없는 분쟁거리 였다.

 

문재인 당선인이 지난 10일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첫 방문지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자 대통령의 약속에 화답이라도 하듯 인천공항공사는 대통령 방문 이틀 만인 지난 14일에 좋은일자리창출 TF팀을 만들고 "석 달 뒤인 8월 중순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하지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대통령의 말한마디에 도깨비 방망이 두들기 듯 뚝닥 이루어지는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공공기관 비 정규직 중에는 상당수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 임금의 50~60%밖에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이들 모두를 정규직화 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에는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현실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 주기엔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현재 공공기관에는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을 포함해 대략 11만8000여 명의 비 정규직 근로자들이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정규직화 요구에 나선다면 큰 혼란과 갈등이 생길수 있고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을 서두르다가는 뒷감당을 못할 수 있다.

 

비 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같이 수익성이 높은 곳은 여력이 있을수 있지만 영업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일부 공공기관은 언감생심(焉敢生心) 흉내내기 조차도 힘들다.

 

'꼴뚜기가 뛴다고 망둥이까지 뛰어서야 되겠는가. 남이 한다고 해서 섣부르게 쫒아가다가 뱁새 다리가 찢어지는 격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가는 엄청난 경영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하는 적자는 정부 지원이나 공공요금 인상으로 충당되어야 하기에 국민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또 지금까지 별 탈없이 밥그릇을 지켜온 정규직 근로자는 자신의 몫이 줄어들 것을 염려해 반발할 것이고 인건비 증가는 신규 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까지 갈수있어 결국 청년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솔직히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선결해야 할 과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는 새 정부에 첫 시련의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무엇보다 기득권 노조의 양보와 기업의 채용 문턱을 낮출 노동시장 유연화 등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800만명이 넘는 민간 부문 비정규직까지 감안한 근본 해법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이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시작되는 많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 요구는 "앞으로 공공기관을 넘어 자동차·조선업 등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민간 제조업 분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울산·경남 등 자동차와 조선업이 밀집한 지역의 노동단체 등에선 우선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가 이번 대통령의 인천공항 방문을 계기로 대기업의 사내 하도급과 협력 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 개선 문제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경우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 있는 공공기업과는 달리 민간부문에선 사측과 기존 근로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 또 하나의 불씨로 다가온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정부가 경영 평가 등을 통해 정규직·비정규직 문제에 관여할 순 있지만 다른 기관이나 민간에는 강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사내 하도급이나 협력 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해 인건비를 절감해왔던 자동차·조선업 등 제조업 업체에선 기업 생존 측면에서도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어서 노사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억울하지만 힘의 논리상 약자인 비 정규직이 그냥 당하며 살아 가야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기업이 비 정규직을 정규직화 시키지 않으려고 이 핑게 저 핑게를 끝 없이 갖다 붙이는 것도 결국 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사기치는 짓거리 밖에 안된다.

 

문재인 정부가 단맛에 길들여진 사람보다 쓴맛을 함께 나누며 '비정규직 제로 시대'로 만들어 가기위해서는 비 정규직과 정규직간 차별화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정규직, 비정규직을 따지기 이전에 일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회, 일하는 많큼 노동력의 댓가가 동등해야 한다.

 

그날이 오늘 이어야 하고 내일 이어야 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상황이 아닌 모두가 하나되는 평등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세금만 쏟아붓는 정규직화는 또다시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뿐이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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