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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이야기
윤일균
고향집 앞 우물가
향나무 너머 개울엔
밤이면 물 끼얹는
엄니가 있다
재산이라
자르지 못한 긴 머리
애벌 두벌 감아 내리는 엄니가 있다
히야히야 물 끼얹는 엄니가 있다
앙당그리며 물 끼얹는 엄니가 있다
시시로 물리던 젖가슴 부끄러워
싸한 달빛 돌아앉은 여인이 있다
고향집 앞 우물가
향나무 너머 개울엔
별 헤이며 망을 보는 아비가 있다
히야히야 물소리에 소름 돋고
곰탁곰탁 물소리에 마음 설레어
가슴 얼붙은 아비가 있다
싸한 비누 냄새 온몸이 아려
남근으로 굳어버린 사내가 있다
석달만에 돌아온 아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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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가슴 속에는 수줍은 보물창고 하나씩 숨어있다.
위 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한 소년의 동화, 혹은 가슴 한 켠에 간직해온 흑백 사진이다. 아득히 멀어서 갈 수 없고 그립기만 한 별나라가 한여름 밤 어느 별자리에서 빛난다.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도 수줍지만 뜨거웠던 로멘스가 있었고 애틋한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짠하게 느끼게 한다.
눈물까지 맺히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대다수가 그리도 사생활에만 열중할 수 없는 고달픈 삶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년은 지금 시인이 되어 그 옛날의 젊었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뛰어넘어 동질감을 시로 잘 나타내 주었다. 초로의 아비가 되어있는 자신의 건조한 모습이 아마도 안타까운지도 모른다. 그 옛날 한여름밤의 이런 은밀한 풍경을 잠시 엿볼 수 있는 것도 시 한편이 주는 묘미가 아닌가싶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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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균 시인 /
경기 용인 출생
2003년 시 전문지 <시경>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