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 속도 등 촉각, 연말 기준금리 인상 단행될 수도…

[중앙뉴스=홍성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완만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2%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수출과 투자는 개선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등을 고려해 운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연말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회의 자료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25일 한국은행은 새 정부 들어 첫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1.2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1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은 성명서를 통해 “세계경제는 회복세가 확대되는 움직임을 지속했고, 국제금융시장은 주가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며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소비 증가세가 여전히 미흡했으나, 수출과 투자가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확대된 것으로 판단했다. 

 

고용 면에서는 전년동기대비 취업자수가 계속 큰 폭으로 늘어났으나, 실업률은 구직활동이 확대되면서 상승했다고 평했다. 

 

한국은행은 “소비는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겠으나 수출과 투자는 종전 전망보다 개선세가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라 국내경제의 성장 흐름은 지난 4월 전망경로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는 2% 안팎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 등으로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평하면서,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 중반으로 소폭 하락했으며,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수준에서 등락하는 가운데, 연간 전체로는 4월 전망수준(1.9%)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회복세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고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시장은 안정세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내외금리 차이가 줄었지만, 국내 증시에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코스피도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국인투자자금이 동요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커져 한계가구와 한계기업의 도산 가능성만 커질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금융시장은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해 주가가 상승하고 있고, 장기시장금리는 낮은 변동성을 나타내는 등 지속적인 안정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원·달러 환율도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 등으로 상승하다가 대내외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등으로 반락하면서 향후에도 이런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새 정부가 추경 편성 등 재정을 동원한 경기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 인하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상황도 아니다.

 

이는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속도는 작년보다 둔화됐지만 올 1분기 동안 17조원 이상 늘어나는 등 가계가 짊어진 빚의 무게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이 다음 달 정책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연말께에는 보유자산 축소까지 실행할 것으로 보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추이,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연말에는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통화정책방향)를 결정하는 회의를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으로 열린 회의이자 현 남대문로 한은 본관 건물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회의다.

 

금통위는 다음 달 8일 현 본관 건물에서 기준금리 결정 외의 여타 안건을 논의하는(비통방) 회의를 한 차례 개최한 뒤 태평로 삼성 건물로 이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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