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장섭 편집국장     © 중앙뉴스

사람들은 내가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불륜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공직자는 오히려 '남이 하면 로맨스요 내가 하면 불륜'이어야 한다는 쌩뚱맞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그럴까? 과거 우리네 조상님들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표현으로 牝鷄之晨(빈계지신)란 속담을 쓰곤했다. 주 무왕이 은(殷)나라의 주왕과 싸움을 앞두고 주왕의 죄상을 주나라 장병들에게 알리는 가운데 나온 말로 여자가 남편을 업신여겨 집안 일을 자기 마음대로 처리한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여성 후보인 박근혜를 군 통수권자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도자로 선택했다. 암탉이 울어도 집안이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 암탉이 울어도 너무 울었고 결과는 너무 참담했다. 조상님들의 충고가 맞았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은 신(神)이 아니기에 실수도 하고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 결과는 일반인들의 실수나 잘못에 비해 그 파장은 클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은 취임 선서에서 하나같이 모두 깨끗한 정치, 투명한 정치, 협력의 정치를 다짐하는 의미로 국민들 앞에서 헌법에 손을 언고 약속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시계바늘이 돌아가는 숫자많큼 달콤한 권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초심은 무너지고 권위에 취해버린다. 

 

그리고 대통령의 의지와 상관없이 친,인척들이 권력을 등에업고 이곳 저곳에 빨대를 꼽기 시작한다. 친,인척들 역시 처음에는 권력에서 멀어지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들을 부추키는 세력에의해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 자신도 조금씪 영안(靈眼)이 흐려지게 마련이다. 혈연까지 매몰차게 차단해가며 지키려던 비단길이 어이없게도 한순간에 무너져 버려 비참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랬다.

 

박 전 대통령은 최태민 부녀를 과잉보호 하다 대한민국을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거짖을 덮으려고 또 다른 거짖을 끌어들이고 생산해 내면서 초심에 품었던 마음은 사라지고 배반과 분노, 희생과 복수가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배신의 정치가 어느때보다 회자(膾炙)된 정권이 바로 박근혜 정권이다.

 

부하들은 주군(主君)을 잘 만나야 한다. 주군(主君)을 잘못 만나면 항상 그 끝이 시끄럽다. 물론 주군(主君)도 부하들을 잘 골라 써야한다. 이런 생각이 매번 정권이 바뀔때마다 드는 건 어쩔수 없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5년전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바라보면서 18대까지 흘러온 대한민국 대통령 역사를 복기(復棋)해 보니 한마디로 불행과 실패의 역사 그 자체였다.

 

60년대 부정 선거로 하야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해외로 망명을 해야만 했던 이승만 대통령을 시작으로 불행한 대통령 역사는 시작된다. 유신의 꼬리표를 영원히 달고 18년 간 장기 독재를 하다 최측근에 의해 시해된 박정희 대통령, 쿠데타와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운의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여성 대통령 박근혜가 있었다.

 

그렇다면 새정부는 실패가 아닌 성공한 정부로 남을 자신이 있는지 호국보은의달 6월의 첫날에 문재인 정부에게 묻고싶다. 감히 역사를 말할 자격이 나에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역사는 언제나 풍랑이며 한시도 잔잔할 날이 없는 세상이다.

 

그러다보니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도 없이 곧바로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다. 문 대통령이 곧바로 현실정치에 뛰어들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한민국이 새로움을 향한 충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전반에 충격과 정치전반에 충격, 여기에 경제위기와 안보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대한민국은 끊임없는 충격이 가해와도 충격을 완화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라는 것을,

 

발전과 반전을 거듭해온 우수한 국가가 바로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이다.

 

이제 새 정부는 박 전 대통령탄핵과 구속에 대한 충격과 세월호의 미개한 충격은 물론 부조리한 정치충격을 속히 완화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하는 만능 열쇠를 깎아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보복정치, 일본의 압박정치, 미국의 힘의 정치가 늘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 이때 비판의 소리, 주장의 소리 보다는 고통의 소리, 아픔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또 분쟁이 심하고 정의가 무너지고 있다면 경고의 메시지도 보내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가 시작점에서 풀고 가야할 키워드다.

 

그동안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부패한 제왕적 권력, 정치와 경제의 상층부에 공고하게 요새화된 기득권, 권력남용의 일상화와 비리의 사슬로 연결된 부패한 기득권 구조 등이었다.

 

보수 정권에 진절머리난 국민들은 결국 옷을 바꿔 입었다. 與가 野로 野가與로 공수가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9년 동안의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공약했다.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졌던 갑질 놀이를 정리하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 첫번째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했다. 정리차원의 조사가 자칫 정치 보복으로 공격받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진한 불쾌감을 표시했고 일부 정치권에서는 ‘정치 보복’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출발점은 국민들이 합격점을 줄만큼 성공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모처럼 형성되고 있는 협치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조심하되 만약 정리할 것이 정리 차원이 아닌 조사나 수사 차원이라면 철저히 조사하고 수사해서 뼈저리게 응징해야 한다.

 

한국갤럽의 최근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능력을 국민 88%가 잘한다고 응답했다. 대선 득표율 41%의 2배를 훨씬 넘는 것이고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의 신선한 개혁적 행보들이 진보 좌파뿐 아니라 보수 우파 성향 국민 다수의 호감도 얻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통령에게 있어 뒷배는 국민이다.

 

뒷배가 든든한 대통령이라 해도 국민들의 힘만 믿고 와신상담(臥薪嘗膽)식의 ‘한풀이 국정’운영을 반복 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머지않아 민심(民心)이 떠날 수밖에 없다.

 

5월의 마지막날 국민들은 좀처럼 보기드문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했다. 대통령이 국무총리 임명장을 수여하면서,바다의날 기념식에서 90도 가깝게 머리를 숙였다. 국민들은 국민들앞에 머리를 숙인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야! 기분좋다를 외쳤다.

 

최고의 권력자가 국민들보다 더 낮게 머리를 숙이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더 문 대통령의 약속을 믿어보고 싶어졌다. 당신의 희망 대로 국민 대 통합을 이뤄낸, 국민 모두의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나는 오늘 엄지 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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