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비빔국수

  유 수 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딱딱한 고집을 조금씩 놓으면 어느새 기도를 올리고 있는 시간 탱글탱글해지는 마디와 마디 하나 둘 피어나는 거품꽃에 누워 놀고 싶을 때 놀래미물이 달겨들면 정신이 번쩍 나지 그래도 어쩌겠어 넘치기 직전 불에서 내려와 소쿠리로 가는 거야 고소하게 퍼져가는 원시의 폭포아래서 오늘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달의 응어리를 풀어낸다 채 썬 오이를 머리에 얹고 고추장을 불러들여 이 고민 저 고민 털어놓다보면 세상은 금새 장밋빛

  소쿠리에 건진 여름

  일관성을 가지는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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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맨얼굴은 배려가 없어 보이고 꾸밈없는 날것들은 불편하게 보이는 것일까?

가식 없이 산다는 것의 경계선이 어떤 것인지 모호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날것의 나로써만은 결코 잘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위선과 거짓이 아닌 적당한 꾸밈은 타인에 대한 예의이며 삶의 지혜다. 아무리 잘 마른 명품 국수가 몇 다발인들 그 자체로는 먹을 수 없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뻣뻣한 아집을 부드럽게 삶아내는 인내와 먹음직한 고명 그리고 아삭거리는 언어로 소통하며 때론 시행착오도 겪어가며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

 오늘 하루도 고명들을 예쁘게 올려보자. 그리고 비빔국수 한 그릇이 되어 비비고 버무려보자. 매콤하고 새콤하고 달콤하게 혹은 쌉쌀하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려니.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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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 시인 /

대전 출생

2015년 <시문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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