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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이 정 록

                          

 

헤어진 지

열흘이 됐다.

 

나는,

약물과다복용으로 죽을 것이다.

 

세월이

약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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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모든 ‘첫‘ 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순수하며 신비롭다.

설레임의 낱말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가슴 속에 몰래 심겨진 뜨거운 씨앗이다.

첫사랑은 이루어지기가 어렵다고 하는 말이 있다.  아마 철없는 나이 때 주로 겪는 무모하기까지 한 신세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예고 없이 찾아오던 밀물 같던 두근거림과 몽환의 안개 바다!

화자 역시 첫사랑을 잃어버리고 나서 홍역 같은 패닉의 상태를 겪었을 터, 사람들은 말하지. 세월이 약이라고...

젊은 날의 수줍고 풋풋했던 한 시절을 돌아보며 세월이라는 약물을 과다복용했음을 시로 고백하는 시인, 그 애틋함과 여유로움이 동병상련으로 읽힌다.

첫사랑 그 소년을 여름 바닷가로 초대해보고 싶은 날이다.

약물 과다 복용의 그리운 부작용일까?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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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 /

 1964년 충남 홍성 출생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아버지학교」「어머니학교」「정말」「의자」

  「제비꽃 여인숙」「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풋사과의 주름살」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산문집「시인의 서랍」

 동화책 「대단한 단추들」「미술왕」「십 원짜리 똥탑」「귀신골 송사리」

 동시집 「지구의 맛」「저 많이 컸죠」「콧구멍만 바쁘다」

 청소년 시집 「까짓것」

 그림책 「똥방패」

 박재삼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김달진문학상 김수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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