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검찰로부터 예의주시 받는 국회 입법부 의원회관     © [국회=e중앙뉴스 지완구 기자]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김태철 부장검사)는 29일 청목회 간부 일부가 법 개정 청탁의 대가로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청목회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청원경찰법 개정이란 대가성을 염두에 두고 후원금을 건넨 것으로 보이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날 청목회 지역모임 간부 등을 추가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는 조직이나 단체가 후원금을 모아 전달하는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청탁의 대가로 정치인에게 돈을 건넸다면 뇌물수수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 대상자들이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후원금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가장 핵심"이라며 "정치자금법 위반 외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마치 칼날 위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 회장 최모(56ㆍ구속)씨 등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후원금을 받은 현직 국회의원 33명의 이름이 적힌 문건 등을 확보했다.

후원금 입금내역 등 회계자료뿐 아니라 청목회가 로비 대상으로 정한 국회의원 33명 등의 이름이 적힌 문건이 존재함에 따라 검찰은 청목회가 의도를 갖고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의원들이 10만원씩 입금된 정상적인 정치후원금이라고 주장하지만 목적을 띤 후원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문건에 33명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의원 여러명의 이름이 등장하는데도 이들이 계좌를 통해 후원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청목회 특별회비 8억원 중 의원 33명에게 계좌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확인된 2억7천만원 외의 액수가 이들 의원에게 직접 현금으로 건네졌을 수도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목회장 최씨와 전 사무총장 양모씨 등은 일부 의원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함께 촬영한 사진을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회 사무처로부터 청목회 관계자들이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등을 방문한 출입기록을 넘겨받아 후원금이 전달된 시점을 대조하고 있다. 검찰은 또 국회 행정안전위와 법사위 소속 의원들에게 후원금이 집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후원금 내역을 분석하면서 청목회 관계자와 국회의원들이 접촉한 시점을 전후해 후원금이 집중됐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행안위의 한 의원이 선관위에 '청원경찰이 정치후원금을 기부해도 되는지'에 대해 질의한 문서를 확보하고, 이 시점을 전후해 후원금이 집중됐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청목회 간부들이 회비로 걷은 8억원 중 2억7000여만원을 세 등급으로 나눠 의원 33명에게 최고 50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한 것을 확인했다. 1000만원 이상을 받은 의원도 1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청목회 중앙 간부와 지역 임원들이 이들 의원의 경조사나 출판기념회 등을 찾아 별도의 금품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 외에 청목회가 따로 보관하고 있다는 5억여원 중 일부가 후원금 등으로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법안 발의 및 상임위 상정 등 주요 법개정 과정에서 청목회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를 각 의원에게 전달했는지는 극히 일부의 간부들만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목회의 한 임원은 "청원경찰법 개정에 호의적인 의원 홈페이지에 가서 인사말을 남기거나 의원 경조사에 인사차 들르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우리의 법 개정 의지가 강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 뿐 뇌물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청목회 회원이 아닌 일반인이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비슷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낸 정황을 포착, 이들과 청목회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청목회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이르면 금주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은 의원의 보좌관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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