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반발 의식, 단계별 줄여나가는 것으로 가닥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새 정부 교육공약 이행방안 제안' 기자회견을 가졌다.     © 중앙뉴스


[중앙뉴스=김주경 기자] 조희연 교육감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기준 미달 판정을 받아 재지정이 보류된 외고와 자사고 4곳 모두 기준 점수를 넘었다고 보고 고심 끝에 재지정키로 했다. 영훈국제중 역시 재지정 대상에 포함됐다.

 

조 교육감은 현재 시·도 교육청 권한으로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는 현 교육시스템으로는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며 정부당국의 세부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외면할 수 없는 교육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외국어고 폐지 움직임에 학교 측은 강하게 반발했고 학부모까지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6~27일 이틀 간 자사고와 외고 학부모들은 정부의 특목고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26일 보신각에서 자사고학부모연합은 자사고폐지반대집회를 열어 "학생과 학부모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방적인 자사고 폐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시점에서 시교육청이 내린 이번 판단은 교육부의 정책 기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지역에는 자사고가 23개교, 외고는 6개교가 있다. 그 중 서울외고와 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 등 3개 학교는 지난 2015년 운영성과에서 미흡한 결과를 받아 '2년 지정취소 유예' 조치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실시한 재평가 결과, 지정취소 기준 점수(60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평가 대상에 포함된 영훈국제중 역시 기준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들 5개 학교는 각각 외고(특수목적고)와 자사고, 국제중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시·도 교육감은 5년마다 학교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해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면 특목고와 자사고 등의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원래 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 또는 취소할 경우 교육부 장관과 '협의'만 거치게 돼 있었으나 2014년 12월 '동의'로 개정돼 교육부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재평가는 2015년 당시 평가 지표와 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해 평가 신뢰도와 타당성 등 행정 합리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고, 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고교체제 개편'과는 별개 사안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날 서울시교육청은 5개 학교 재지정 결과 발표와 함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개정을 촉구했다. 

 

시교육청은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일괄 개정을 통해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근거를 마련하고 고입 전형 방법, 절차 등은 시·도 교육감에게 위임해야 한다"며 외고·자사고 설립, 선발 시기 등을 규정한 시행령의 즉각 삭제를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외고·자사고가 고교 서열화 현상을 부추기고 교육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단순히 평가를 통해 미달된 학교만을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다"며 정부 차원의 고교 체제 단순화 정책을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일반고로의 일괄적,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시행령 개정 이듬해부터 신입생을 일반고 학생으로 선발하거나, 정책일몰제를 적용해 5년 주기 평가 시기에 맞춰 연차 전환한 뒤 그 다음해부터 일반고 학생으로 뽑자는 것.

 

고입 전형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외고·자사고 운영 근거 조항을 삭제해 일괄적 또는 연차적으로 전환하는 방안과 함께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에 대한 신입생 선발을 동시에 하자고 제안했다.

 

전형 시기별로 보면 1단계 특성화고, 2단계 일반고·특목고(과학고·외고·국제고·마이스터고·예술고·체육고)·자사고, 3단계 미선발 인원 충원 방식으로 선발하자는 내용이다.

 

조 교육감은 "고교 체제 단순화는 신임 교육부 장관 취임 후 교육부 방침과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면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추진할 것"이라며 "교육부가 고교 체제 정상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며, 시·도 교육청과 학교 관계자, 교육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동 협의기구를 구성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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