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사건 수사한 검사 2명에 대한 소송

▲ 유서대필 조작사건' 피해자 강기훈씨가 2014년 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중앙뉴스=김주경 기자] 법원은 '유서대필 사건'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 강기훈씨와 그 가족들에게 총 6억 원대 손해배상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강씨는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1년 6개월의 형을 확정받고 복역했으나 결정적인 증거인 필적 감정서가 위조된 점 등이 인정돼 재심 끝에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에 강씨와 가족들은 국가 등을 상대로 총 31억 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김춘호 부장판사)는 6일 강씨를 비롯해서 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와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문서분석실장 김모씨가 강씨에게 5억 2천여만원, 그의 가족들에게 1억 6천만원 등 총 6억 8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었던 강지훈씨는 친구이자 전민련 소속인 김기설씨가 서강대 옥상에서 자살해서 죽은 이후 김씨의 유서를 대필한 혐의(자살방조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래 재판부는 김씨와 국가가 강씨에게 7억원, 아내에게 1억원, 두 동생에게 각각 1천만원, 두 자녀에게 각각 2천만원 등 총 8억6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형사보상법에 따라 이미 결정된 형사보상금 액수는 제외되는 관계로 실제 배상액은 조금 줄었다.

 

재판부는 "강씨가 앞서 형사재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기 때문에 민사상 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강씨는 허위의 (필적)감정 결과가 결정적인 증거가 돼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석방된 후에도 후유증으로 많은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뿐 아니라 유서를 대신 써서 자살을 강요했다는 오명을 썼고,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2명에 대한 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이들이 필적감정을 조작하는 과정에 개입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강압수사에 대한 부분은 시효가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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