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이라고 하면 한민족으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가보고 싶어 한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어 65년째 민족의 영산 백두산 길은 막혀 있다. 휴전선을 넘어 북한 땅을 거쳐 백두산에 오르는 길은 우리들의 가슴에 묻어둔 희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은 꽉 막힌 채 언제 열릴 것인지 국민의 마음만 애태운다. 북한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백두산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야 마음만 먹으면 제주도 한라산에서 강원도 설악산에 이르기까지 아무 때라도 갈 수 있다.

6.25사변 이후 가장 넓고 큰 지리산에 빨치산이 준동하는 통에 어마어마한 토벌작전이 벌어진 일이 있지만 역사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 때 빼놓고는 요즘 같은 늦가을이면 한국의 등산객들이 울긋불긋 산과 계곡을 물들인다. 국립공원 입장료마저 폐지된 지 오래되어서 전국의 명산이 활짝 열려 있다. 다만 문화재로 가득 찬 고찰들이 대부분 산에 자리 잡고 있어 문화재 관람료는 따로 내야한다.

“나는 등산만 하는데 왜 관람료를 강요하느냐”하는 등산객과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차라리 국립공원 관람료를 복원시키는 게 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차피 국립공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혈세를 쓸 수밖에 없는데 수혜자 부담 원칙으로 보더라도 입장료를 받는 것이 훨씬 떳떳하며 등산객들의 몸가짐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우리는 마음대로 산에 다닐 수 있지만 통행증을 갖지 못한 북한주민은 자기 동네를 벗어날 수 없다.

특히 백두산은 김일성일가의 영웅적 활동과 탄생을 위하여 수없이 많은 인위적 조작으로 점철되어 있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김정일이 백두산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는 탄생현장까지 만들어놓고 학습장으로 보존한다. 금강산에만 가 봐도 우람한 암벽은 모두 김일성과 김정일의 이름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모두 그들을 우상화하려는 안간힘이다. 참으로 가련하고 불쌍한 짓거리 아닌가.

이제는 3대세습의 주인공 김정은까지 등장했으니 또다시 인민의 고혈을 빤 아까운 돈을 들여 그의 이름이 새겨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우리의 산하가 이렇게 더럽혀져도 괜찮단 말인가. 수백만의 인민이 밥을 굶고 죽어가고 있는 실정에 원자탄을 만들고 일가세습의 부끄러운 역사를 조작해내고 있으니 어느 누가 그들을 국민을 위한 정권이라고 불러줄 것이며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정권이라고 하겠는가.

이런 판국에 요즘 세계는 생각지도 못했던 화산폭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일랜드 화산폭발로 인하여 유럽 일대는 비행기조차 뜨지 못하는 엄청난 피해를 겪었다.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은 몇 년 전부터 계속되는데다가 겹쳐 미라피 화산이 폭발하여 미증유의 고난을 겪고 있다. 중국의 사천성 지진 등 자연재해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어 세계를 놀라게 한다.

비록 멀리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더라도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크고 작고 간에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백두산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질학계의 분석이 제기되어 긴장시킨다. 백두산은 고구려, 발해시대에는 분명히 우리의 땅이었다.

그러던 것이 삼국통일이 되면서부터 현재의 지형으로 축소되기 시작했고 어느 때부터인지 만주일대의 백두산은 중국령처럼 되고 말았다. 중국이 6.25사변에 의용군을 파견하여 김일성정권의 파멸을 막아준 공덕으로 백두산을 뚝 떼어 정식으로 할양해줬다는 설도 있으나 확인할 길은 없다.

아무튼 중국은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고쳐 부르며 천문봉을 비롯한 7개의 봉우리를 자국 영토로 경계 짓고 한국 관광객을 겨냥한 대대적인 시설을 갖췄다. 북한 땅을 통해서 백두산을 갈 수 없는 한국인들은 멀리 중국으로 돌아 들어가는 편법을 이용하여 민족의 영산을 편법으로나마 들여다본다. 저 멀리 백두산의 최고봉인 장군봉이 보이고 천지(天池)로 내려오는 길이 하얗게 장식되어 있는 것이 보이지만 갈 길은 없다. 아니 갈 수가 없다.

눈앞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거대한 장백폭포를 거쳐 천지 물에 손을 담가보지만 남북통일을 이룩하지 못하고 중국 땅에서 하나로 된 천지 물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음을 실감해야 하는 게 몹시 안타깝다. 그런데 이 멋진 백두산이 갑자기 활화산으로 변한다면 어떻게 될까.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윤성효교수와 과학교육연구소 이정현교수는 백두산 심층부의 지진활동이 활발해지고 일대에 퍼져있는 온천수의 온도가 최대 83도까지 올라가 백두산의 지진 폭발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내다본다.

수백 년 동안 잠자고 있던 휴화산에서 어느 날 갑자기 불길이 솟아오른다고 상상하면 엄청난 공포가 엄습할 것이다. 더구나 백두산이 폭발하면 8시간 내에 울릉도와 독도까지 덮칠 만큼 그 규모가 크며 폼페이 지진보다 10배의 위력을 예상하고 있어 자칫 종말(終末)을 예상하게 한다. 천재지변을 인력으로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사전에 대비하는 노력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지열의 변화, 해수의 온도, 동물의 이동까지 면밀한 과학적 조사를 거쳐 막연한 공포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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