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투트랙 대응, 도발엔 '응징'·대화협조 땐 '동반자적 관계'자처

▲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오후(현지시간) 쾨르버 연설을 통해 '베를린구상'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중앙뉴스=김주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구상목표는 우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체계를 구축한 이후 이를 바탕삼아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1953년 휴전 후 지속되어온 정전협정 체제는 전쟁의 일시적 중단에 불과하며, 불안한 정전 체제하에서는 평화를 이뤄질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각)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관계, 통일 등을 주제로 연설이 이뤄졌다.

 

◇ 항구적 평화체제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협정부터 체결

이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을 발표하며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정전협정 체제를 종식하고, 한반도 주변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나 금강산 관광 중단에서 보듯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남북 간 경제협력은 언제든 '기본적 토대가 갖춰지지 못하면 한시적인 것에 그치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평화체제를 포괄적으로 접근해서 한반도에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내고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선,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국내 조치로 남북 합의 법제화를 추진키로 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을 발표한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과거 서독 정부의 동방정책이 20여년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점을 인용했다.

 

그는 "빌리 브란트 총리가 추진한 독일의 통일과정은 다른 정당의 헬무트 콜 총리에 이르러 완성됐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이 이어가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정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독일과 달리 우리정부는 보수정권으로 교체로 10년간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은 거의 올스톱된 바 있다. 이를 이유로 문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이뤄냈던 남북관계의 방향이 뒤집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남북합의를 준수하도록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 문재인 표 '5대 대북정책기조' 공식화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이끌기 위한 우리 정부의 5대 정책 기조도 함께 밝혔다.

 

이는 △한반도 평화 추구,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비정치적 교류협력사업 추진 등이다.

 

아울러, '베를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비교적 정치적 부담이 작은 일부터 남북이 함께 추진해 나가자며 '4대 제안'을 제시했다.

우선,  △10·4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참가, △군사분계선서 적대행위 중단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대화 재개를 요구했다.

 

△ '한반도신경제지도' 무엇?

문 대통령은 항구적인 평화 체제의 토대 위에 남과 북이 함께 번영을 누릴 방안으로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과 관련 남북철도 연결과 남·북·러시아 가스관 연결 등의 사업을 언급하면서 "남과 북이 10·4 정상선언을 함께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10·4 정상선언에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이용, △개성공업지구 건설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수송,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다양한 남북 경제협력사업이 포함돼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한반도 신경제 지도' 추진을 위한 전제 조건이 북핵 문제의 진전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베를린 구상'발표에 앞서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탄) 시험발사를 강한 어조로 규탄했다. "북한의 이번 선택은 '무모'하다고 비판했으며, 실망스럽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며 "바로 지금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고, 가장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베를린 구상안은 북한의 도발에 강력하게 응징하되, 핵을 포기하고 대화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 정부가 누구보다 앞장서서 돕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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