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수 4곳으로 확대 검토 등 의혹 밝혀져

▲ 전광춘 감사원 대변인이 11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     


/중앙뉴스/이형근 기자/감사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로 지난해 서울지역 면세점 특허가 부당하게 발급됐다” 고 밝혔다.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면세점 선정 과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면세점 선정 주무부처인 관세청은 현 청장의 고발을 비롯해 담당 직원의 해임 등 중징계를 받으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감사원은 지난 2015년 7월과 11월 면세점 사업자 심사와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특허 추가발급의 적정성 등에 대한 감사를 벌여왔고 11일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5년 서울 시내에 3개 신규 면세점 특허를 발급하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2016년에 다시 4개의 특허를 발급했다. 

 

▲ 수요에 비해 많은 면세점 특허발급

관세청이 용역을 벌인 결과 추가로 발급 가능한 특허수가 1곳 이었지만 청와대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서 관세청에 특허수를 4개로 확대해 검토하도록 요청했고 관세청은 기초 자료를 왜곡해 대기업 3곳, 중소기업 1곳 등 총 서울지역 특허 4개로 늘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대기업 몫인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내기 위해 현대백화점, 신세계, 롯데, SK, HDC신라가 면세점 대전에 뛰어들었으며 현대백화점, 신세계, 롯데에서 면세점 특허를 결국 획득했다. 

그러나 면세점 특허발급은 특허발급부터 사업자 선정까지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3월 3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면세점 특허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특허갱신을 허용하는 내용의 ‘면세점 제도개선안’을 발표하고 한 달 뒤인 4월 29일 외국인 관광객 특수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서울에 4개의 면세점 신규 특허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특허를 발급할 당시 전년도 외국인 관광객 수치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1년전인 2014년 통계를 근거로 특허를 4개 발급할 수 있다는 근거로 썼다. 

면세점 면허 발급 당시에도 정책은 오락가락 했다. 지난해 3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새로 면세점에 입찰할 때 감점을 주겠다고 했지만 4월에는 신규 면세점 공고때 적용하지 않기로 해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을 안겼다.

 

이 때문에 서울 시내 이미 한 곳의 면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에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해 10월말 최순실씨와 청와대가 대기업으로부터 재단 출연금을 받은 대가로 면세점 특허선정을 미뤄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는데도 기업들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예정대로 12월로 발표 일정을 강행했다. 

 

이 발표를 놓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롯데와 SK에 다시 기회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다. 롯데와 SK는 서울 시내면세점을 운영하다 2015년 11월 관세청 심사에서 기존 면세점 특허를 잃었다. 특히 롯데는 2015년 두 차례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관세청이 온갖 방법으로 호텔롯데에 낮은 점수를 매겨 탈락시킨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현재 박 전 대통령이 기재부, 관세청에 서울지역 면세점 추가를 검토하라고 한 것이 지난 2월과 3월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각각 독대한 이후라고 보고 있다. 

 

▲ 청와대 까지 개입한 면세점 특허

관세청에서 면세점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은 지난 7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신동빈 회장의 재판에 나와 "김낙회 전 관세청장이 특허 신규 추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해서 BH(청와대) 보고용 문서를 작성했다"며 "이런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관세청 내에서 시내면세점 특허를 추가할 계획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대방인 SK와 롯데는 청와대 지시로 면세점 추가사업자 선정이 결정된 시기가 박 전 대통령과 독대 이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박 전 대통령이 2016년도에 접어들면서 면세점 수를 늘리라고 지시한 것은 확인됐다”면서도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감사에서 드러난 부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특허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특허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관세청은 전·현직 청장은 물론 직원들까지 대거 면세점 감사결과에 대거 연루되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김낙회 전 청장은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를‘윗선’의 지시대로 이행했다.

 

지난해 5월부터 관세청을 이끈 천홍욱 청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의원들이 2015년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업체의 사업계획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자료를 내지 않기 위해 업체에 각 서류를 반환하도록 지시했다. 일부 서류는 업체로 돌아가 파기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서류가 파기된 데 책임을 물어 천 청장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천 청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최순실 씨의 측근이던 고영태 씨를 만나 자신을 천거해 준 것에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지는 등 최순실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관세청은 2015년 두 차례 면세점 특허 선정 과정에서 평가 점수를 잘못 부여해 정당하게 평가받았을 경우 롯데가 가져갈 면세점 특허를 그해 7월엔 한화, 11월엔 두산에 돌아가도록 했다고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졌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해 부당선정 관련자 2명을 해임, 5명은 정직, 1명은 경징계 이상 조처를 내리라고 관세청장에게 요구했다.

 

특히 2015년 7월 신규면세점 사업자 선정시 평가 점수를 잘못 산정한 관세청 직원 4명에 대해서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해임 관세청 직원 중 한 명은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업체의 주식을 갖고 있다가 탈락 발표 직전 팔았고 또 다른 징계 직원 한 명은 면세점 입찰 참여 업체에서 향응을 받아 이미 관세청 자체 징계를 받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관세청을 외청으로 둔 기재부 역시 관세청을 견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윗선의 부당 업무를 그대로 관세청에 지시했다.

작년 1월 당시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관세청과 협의 없이 서울 시내면세점을 5∼6개 추가하겠다고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보고하고 이후 관세청에 특허를 4개로 검토하도록 요청하는 등 면세점 행정을 뒤틀리게 하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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