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낙관적인 세수호황만 기대서 설계하면 안되”

▲ 국정위가 정책과제를 내놓으면서 세수 확보를 위한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     


/중앙뉴스/이형근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복지비는 2018~2022년까지 모두 170조원을 지출해야 한다. 관심사는 ‘재원조달방안’으로 옮겨가게 된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세입확충으로 82조 6000억원을 조달하고 세출절감으로 95조 4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밑그림을 그린 상황이다. 

 

178조원의 지출은 더불어 잘사는 경제(소득주도 성장과 미래대비 투자),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복지국가 실현),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지역 균형 발전),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남북관계·외교안보) 등 크게 네 가지 사업에 쓰인다. 

 

이 가운데 복지국가 실현에 77조 4000억원이 쓰인다. 아울러 정부는 사병급여를 2022년까지 올해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인상하기 위해 4조9000억원을 사용키로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예산을 어떻게 조달해서 투입할 것이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17만호 공급에 15조원, 신혼부부 맞춤형 주택 구입·전세자금 지원위해 4조 4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출산 장려를 위해 정부는 5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을 도입해 5년간 10조 3000억원을 사용한다. 여기에 누리과정의 어린이집 전액 국고 지원약속을 지키는데도 5조 5000억원을 배정했다. 이 외에 기초연금·장애인 연금을 10만원씩 인상하는 데는 23조 1000억원이 필요하다. 

 

소요예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소득주도 성장과 미래대비 투자를 위한 분야에는 5년간 42조 3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소방관, 경찰관 등 국민 안전·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 17만 4000명을 추가 채용하면 5년간 8조 2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목돈 마련을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확대하는데 4조 1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계산된다.

 

 ‘4차 산업혁명’ 분야와 기초연구 분야 투자를 확대하는데만 9조 5000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여기에 지역균형발전 예산은 7조원이다. 

 

지역균형발전 예산 가운데 대부분인 5조 8000억원은 매년 100곳 이상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해 노후 구도심을 재생하는 사업에 투입될 방침이다. 

 

이 비용 조달은 국정기획위원회 활동을 거쳐 5년간 95조 4000억원을 마련하고 세입개혁을 통해 66조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정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세출절감으로 5년간 95조 4000억원을 마련하며 세입확충을 통해 82조 6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재원조달계획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입확충을 통해 세수 자연증가분으로 5년간 60조 50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세수실적 호조를 반영한 것이다. 

 

이어 비과세 감면 정비를 통해 11조 4000억원, 탈루세금 징수 강화로 5조 7000억원을 마련하고 세외 수입에서 5조원을 확충한다. 따라서 국정기획위는 대기업 비과세감면 제도정비, 부가가치세 금융회사 대리납부제 도입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강화되는 세금은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등 자본이득 및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와 현행 7%인 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 축소, 상속·증여세 과세체계 개편, 현행 ‘10억원 초과’인 해외 금융계좌 잔액 신고대상 확대 등도 추진한다. 

 

국정기획위는 세액 재량지출을 10% 구조조정하고 의무지출은 전달체계 누수방지로 절감할 계획으로 분야별 지출 성격을 감안해 사회간접자본·연구개발·복지·교육은 5% 이상, 일반행정은 3% 이상 재량 지출을 줄이는 등 절감률을 차등 적용한다. 

 

국정위는 이 과정으로 5년간 60조 2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 주택도시·고용보험 등의 기금 여유 자금 활용 확대와 융자사업 이차 보전 전환 등으로 35조 2000억원의 재원을 추가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정위의 재원조달대책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전문가들은 세입확충의 70% 이상인 60조원 가량을 ‘초과세수 증대’에 의존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불확실한 세수를 근거 삼아 재원 조달계획을 짠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현재 세수는 지난 5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조 2000억원 증가하는 등 세수 호황 기조를 이어가지만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세수 결손사태도 겪었다. 결국 세수 증대는 어느정도 겪어봐야 아는 부분이다. 

 

▲ 문재인 정부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세제 개편안을 정부와 국회에 공개할 계획이다. (사진=연합)     


경제학계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학계에선 “세수 자연증가분을 60조원 이상 잡는데 증가되려면 경제가 좋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하며 “현재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는데 경기 과열을 부추기지 않은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비과세 감면정비, 세출 구조조정 등 효율화는 역대 정부가 추진했지만 ‘마른행주 짜기’와 같았다. 학계의 교수는 “아주 정교하게 계획을 짜고 결단력 있게 (재정·세제개혁)을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 방식으론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책연구원 소속 연구원은 “박근혜 시절에도 증세없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돌아보며 “문재인 정부 과제대로라면 지출이 늘어날텐데 구조조정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은 잘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증세’인데 현재 국정위원회는 증세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국정기획위는 세수확대와 관련해 증세 문제는 재원조달의 필요성과 실효세율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위원회는 “소득세·법인세와 함께 경유세 인상 등 민감한 사안은 하반기에 구성될 조세·재정개혁 특위에서 논의한 뒤 내년 지방선기 뒤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증세는 선거를 피해 보고하겠다는 정략적 계산이 깔린 것이다. 다른 경제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씀씀이를 볼때 증세는 해야 하지만 그것으로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으로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조세저항이 큰 부분은 과반의 동의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는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해 “보다 큰 복지를 원한다면 더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내고 조금 벌더라도 능력에 따라 세금을 내는 사고가 확립되야 한다”고 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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