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離散家族) 상봉..누구도 열지못하는 판도라 상자

▲ 윤장섭 편집국장     © 중앙뉴스

정부가 지난 17일 대한적십자사(한적)를 통해 추석 이산가족(離散家族)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北측에 제의했다.무려 2년만의 이산가족 재회(再會) 요청이다.

 

南,北 이산가족의 첫 만남은 1985년 9월에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21차례 고향방문단을 교환하면서 상봉(相逢)이 이루어졌다.특히 대면(對面) 상봉을 통해 남북의 4천185가족, 총 1만9천928명이 헤어졌던 가족과 재회(再會)하는 기쁨을 누렸다.

 

직접 만남이 아닌 7차례의 화상 상봉도 이루어져 577가족, 3천748명이 꿈에 그리던 혈육의 모습을 화면을 통해 확인 하기도 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이루어질 것 같았던 상봉행사는 2015년 10월,금강산 상봉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2년여 동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이번에 우리 정부가 北측에 군사회담과 함께 적십자회담을 동시에 제안한 것은 한반도 긴장 완화만큼 남북간 인도주의적 교류 복원도 남북관계 회복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에서 열린‘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에서 ‘베를린 구상’을 밝히고 10·4 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인 올해 10월 4일을 기해 이산가족(離散家族) 상봉행사와 성묘 방문을 갖자고 제안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다시 추진하자고 하는 文 대통령의 제안에 이산가족들은 그 자체로도 저물어가던 마음을 다시 설레고 흥분 시키기에 충분했다.

 

북한 당국이 우리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10월 4일에 이산가족(離散家族) 상봉이 이뤄진다면 무려 2년 만에 혈육의 상봉이 이루어 지는 것이다.

 

이산(離散)의 당사자들은 고령(高齡)인 탓에 점점 그 숫자가 줄고있다. 이제나 저제나 그리운 고향, 보고싶은 가족을 만나기위해 눈물로 지새온 그들이다. 대부분 자신들이 고령이라는 것 때문에 죽기전에 단 한번이라도 피붙이를 만나보고 싶다는 열망(熱望)은 말해 무엇하랴..

 

통일부와 한적이 함께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는 지난달 30일까지 등록된 이산가족(離散家族) 상봉 신청자 숫자가 무려 13만 1천200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고령인 탓에 끝내 북녘의 가족과 만나지 못하고 숨을 거둔 이산가족이 7만 687명이나 된다.

생존자는 6만 513명으로 6월 한 달에만 258명이 사망했다.

 

이산가족의 숫자가 가늠이 안될 정도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지난 5월에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이 1건에 불과했지만, 6월에는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상봉 기대감 속에 25건으로 신청 건수가 증가했다.

 

상봉 신청이 늘어나고 있지만 문제는 상봉을 기다리고 있는 이산가족 생존자의 연령대가 높다는 것이 문제다. 90세 이상이 19.6%(1만1천866명), 80∼89세 43.0%(2만5천991명), 70∼79세 22.9%(1만3천873명), 60∼69세 8.4%(5천81명), 59세 이하 6.1%(3천702명)로, 80세 이상 비율이 62.6%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이산가족 문제는 사회적 현상이고 분단과 전쟁의 상처이기에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오랫동안 남북간 정치적 공방의 문제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누가 이산가족인가라는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 채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열지 못하는 판도라 상자로 67년을 이어저 내려오고 있다.

 

흘러간 역사속에서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이산가족의 비극은 있었다. 고려시대의 공녀제도(貢女制度)와 홍건적․거란족의 침입에서도 이산(離散)의 아품은 있었고 임진왜란․정유재란 및 병자호란으로 이어지는 조선시대의 연이은 외침(外侵) 속에서도 가족이산(家族離散)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오늘날 이산가족(離散家族)은 전쟁과 정치적 격동의 부산물로 지구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현실로 돌아와서 이산의 67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 당사자인 1세대 대부분이 70세 이상의 고령이나 사망으로 급격히 감소되고 있어 교류(交流)와 재회(再會)의 시급성이 증대되고 있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1세대 실향민은 거의 남지 않게 될 것이고 결국 이산가족 문제는 점차 소멸하게 될 것이다.

 

특히 헤어진 지 이미 반세기가 훌쩍 넘어버린 시점에서 2~3세대가 보지도 듣지도 못한 가족에 대한 친밀감과 관심도가 있을지도 의문이다.결국 이산가족 문제의 본질은 흐려질 수 밖에 없다.

 

이 글을 쓰고있는 <기자>도 북한에 실향민(失鄕民)을 두고있는 2세대다. 부모님도 고향근처에 터를 잡고 통일이 되기만을 오매불망(寤寐不忘)기다리다가 결국 당신의 혈육뿐만 아니라 한줄기 고향 소식 조차 전해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이산가족 상봉은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개인적인 소견 이기도 하다". 이산가족 문제는 특정 개인이나 남북의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이산가족들에겐 평생 가슴 한구석에 깊이 자리 잡은 응어리진 한(恨)을 씻어주는 일이다.이산 1세대 들이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이제나 저제나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한숨을 토해낸 지도 따지고 보면 벌써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그래서 이산가족들은 속고 또 속고 늘 속는다.

 

그래도 이제 새정부가 들어섰으니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재개(再開)되리라 기대한다.

 

우리의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다.통일로 가기위한 첫 걸음으로 꽉 막혀있는 남과 북의 관계를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열쇠로 열어보자.

 

앞선 정부의 10년이 허망한 기다림속에 고령의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했다면 이제라도 남은 시간은 붙잡아 보자.그리고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이산(離散)의 1세대를 위해 국민과 정부,필요하다면 우방국들의 지지라도 이끌어내자.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염원인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이산가족에 대한 협소한 시선을 버리고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인식을 정립하는데 촛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에 적극적인 지지로 힘을 보태자.


/중앙뉴스/윤장섭 기자/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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