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법률 중에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법률이 종종 있다. 법률과 현실의 괴리현상이다. 평균인의 상식에 부합하는 법률이 가장 선진화된 법률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모욕죄(형법 제311조: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의 공연성의 문제점을 검토해 보자. 모욕죄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명예훼손죄와 흡사하나 사실의 적시가 필요하지 않다. 사회적 평가저하 행위는 명예훼손죄(반의사불벌죄)에도 적용된다. 모욕죄는 친고죄로 범인을 안 때로부터 6개월이내에 수사기관에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검토하고자 하는 것은 경멸적 감정, 경멸적 의사표시, 인격멸시행위 중에서 특히 욕설행위인데 이 욕설행위가 공연성이 없을 때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법률의 흠결로 보인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어느 장소에서 타인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어도 그 옆에 제3자가 없으면 공연성(전파가능성)이 없다고 처벌할 수 없다. 즉 타인이 본인에게 욕설을 할 때 제3자가 그 옆에서 그 욕설을 들어야 전파가능성이 있어 이를 처벌할 수 있다.

 

직장이든 자택이든 단둘이 있을 때는 타인이 본인에게 어떤 욕을 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 설령 본인이 타인의 그 욕설을 녹음해도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협박은 이를 녹음하면 처벌할 수 있다.

 

그리고 폭행이나 상해는 고의가 있고 물리적 접촉행위가 있으며 그 피해를 입증하면 통상 폭행이나 상해죄로 처벌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폭행이나 상해죄에 대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해를 해도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 그런데 심한 욕설 즉 모멸감을 느끼고 증거를 확보하고도 공연성이 없다고 하여 이를 처벌할 수 없다면 이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실제에서도 이런 사건은 벌어진다. 공원인근에서 70대 노인이 40대 여성한테 심한 욕설을 듣고 분을 삭이며 휴대폰으로 이를 녹음하고 파출소와 경찰서를 거쳐 검찰청까지 와서 조사를 받았지만, 결국 주변에 사람이 없어 공연성이 없다고 하여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했다.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것이다. 사실 폭행이나 상해로 인한 상처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치유된다. 그러나 심한 욕설로 인한  마음속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노인공경의 전통이 있어 젊은 사람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은 노인은 그 충격이 매우 크고 심하면 뇌졸중(중풍)도 올 수 있다.

 

한편, 인터넷이나 사이버상의  모욕은 그 특성상 공연성이 다소 쉽게 파악되고 있다. 이것도 형법 제311조로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모욕죄의 욕설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을 입증하면 공연성(전파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조치가 필요하다. 죄명이 부적절하다면 ‘욕설죄’를 신설해도 좋다.

 

물론 명예훼손죄의 공연성도 다소 문제가 있지만 우선적으로 모욕죄의 욕설행위에 대해 공연성과 관계없이 처벌이 필요하다. 이것은 국민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쉽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보다 ‘욕설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하며, 심한 욕설로 인해 고통 받는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지나친 범죄의 구성요건은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

정치학박사, 법무사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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