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내놓을 선물보따리 관심사, '상생·일자리' 주 현안

▲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의 첫 공식 만남이 오는 27~28일 양일간 이뤄진다. 청와대는 실질적인 대화와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주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중앙뉴스=김주경 기자] 27일부터 이틀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 간담회가 열린다. 이번에 열리는 간담회는 호프미팅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각본도, 시간 제한도 없는 사실상 격식을 파괴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의 첫 만남을 앞두고 주요 그룹들은 새정부가 지향하는 경제기조에 맞춰 상생협력·일자리 창출 등의 약속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각 그룹 총수급이 참석하는 대규모행사다 보니 해당 대기업들은 문 대통령에게 내놓을 '선물 보따리'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이틀간 이뤄지는 간담회는 그룹들의 자산 순위를 기준으로 홀수와 짝수로 구분해 진행된다. 

 

27일에는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2위), LG 구본준 부회장(4위), 포스코 권오준 회장(6위), 한화 금춘수 부회장(8위),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10위), 두산 박정원 회장(12위), CJ 손경식 회장(14위), 오뚜기 함영준 회장이 참석한다.

 

28일에는 삼성 권오현 부회장(1위)와 함께 SK 최태원 회장(3위), 롯데 신동빈 회장(5위), GS 허창수 회장(7위),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9위), KT 황창규 회장(11위), 한진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13)이 자리에 임한다.

 

한편, 재계에 따르면 이날 참여하는 해당 대기업들은 최근들어 협력사 지원 방안과 정규직 전환 계획 등을 잇따라 내놨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총 2천억원 규모의 '물대(물품대금) 지원펀드'를 조성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물품대금이 필요한 1차 협력사에 금융기관 대출을 지원하고 해당 이자를 펀드에서 충당함으로써 1, 2차 협력사 간 대금 지급 방식을 '30일 내 현금 지급'으로 개선하려는는 취지다.

 

현대·기아차도 지난 20일 '선순환형 동반성장 5대 전략'을 발표했다. 5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5천곳 이상의 2·3차 부품 협력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 계획에는 협력사의 교육 인프라를 지원하는 '상생협력센터'(가칭)를 건립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SK그룹도 지난 25일 총 1천600억원 규모의 전용 지원 펀드를 조성하는 등 2·3차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룹이 기존에 운영하던 4천8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도 6천200억원으로 확대하고, 1·2차 협력사 간 현금결제를 유도하기 위한 자금 지원 등 다양한 재정 지원책도 시행하기로 했다.

 

LG그룹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최근 협력업체와의 상생프로그램을 2천여개의 2·3차 협력사까지 전면 확대, 상생기술협력자금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신(新) 상생협력 체제' 전환 방안을 마련했다.

 

㈜두산과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4일 계약직과 파견직 근로자 4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2·3차 협력업체 및 영세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1인당 월 10만원씩, 연간 120만 원의 임금을 추가 지급하고, 설·추석 선물 등도 정규직 수준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 간담회에서는 과거 정부 때 내놨던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취합 발표하기 보다는 기업 별0 상생협력·동반성장 관련 계획을 내놓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이런 배경에서 최근 발표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벉 간담회를 일방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기업인들 개인의 의견을 구하는 등 '듣는' 자리로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다. 이 차원에서 간담회 참석자 수도 적정 수준으로 배분했다는 것.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향후 노동계와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관련 분들과도 간담회를 별도로 개최할 계획"이라며 "이를 계기로 모든 경제주체와의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공식일정은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20여 분간 맥주잔을 기울이는 '호프 타임'으로 시작하는 데 이어 상춘재에서 55분간 대화가 이뤄지는 등등 총 75분 일정으로 짜여졌다. 하지만, 일정은 형식에 불과할 뿐 사실상 무제한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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