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사과할것"


검찰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여야 의원 11명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민주당 등 야권은 7일 "검찰의 쿠데타"라고 주장하고 검찰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등 전면전을 선언했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번 압수수색은 표적사정, 정치보복을 넘어 청와대에 의한 고도의 기획사정"이라고 주장한 뒤 "폭거 책임자 검찰총장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고, 대통령은 국회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회=e중앙뉴스 지완구 기자]
하지만 여야가 검찰 수사 대응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는 데다 야당이 청와대 등 여권을 겨냥한 강력한 대여(對與)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이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정기국회 일정의 차질도 불가피해졌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번 압수수색은 표적사정, 정치보복을 넘어 청와대에 의한 고도의 기획사정"이라고 주장한 뒤 "폭거 책임자 검찰총장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고, 대통령은 국회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검찰의 압수수색은 여의도 정치를 유린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폭거"라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검찰의 쿠테타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대포폰 문제가 터지자 (청목회 관련 압수수색으로) 몰아붙이려 하지만 어떤 것도 대포폰 문제를 덮을 수 없다"며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이 입법부를 모독한 것이며 형평을 벗어난 과잉수사로 검찰권의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8일 검찰 규탄 대회를 갖는 한편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과 함께 야5당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검찰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야당의 여권 공세에 대해선 차단막을 쳤다.

안 대표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이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9인 회동에서 검찰의 수사 방식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자 정부 측은 "수사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대답했다. 정부는 이날 회동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 "재수사할 만큼 새로운 사실이 나온 게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검찰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압수수색을 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기획수사 또는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전까지만 해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며 관망적인 자세를 유지하다 7일부터는 '검찰이 신중하지 못했다"며 이번 수사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동안 여론악화 속에서도 청와대와 정부를 측면지원 해왔던 한나라당에서 이번 청목회 수사를 계기로 쌓였던 불만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주요 당직자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어떻게든 대응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상수 대표도 이번 사건을 검찰의 과잉수사라고 보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사령탑인 김무성 원내대표도 갑작스런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야당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국회 운영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대응수위가 어느정도까지 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집권여당으로서 어떻게든 정국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야당처럼 대놓고 반발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검찰측은 압수수색은 통상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 일축하고 정치권 반발에 관계치 않는 눈치다. 수사는 계속할 것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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