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에 대해서 많은 이론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금년은 4.19혁명이 발발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여서 여러 곳에서 나름대로 4.19혁명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정부에서는 5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미뤄왔던 4.19혁명공로자를 발굴하는 큰 사업을 벌였다. 몇 년 만에 한번 씩 시행해 왔지만 미발굴 유공자를 찾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50년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당시의 공적을 증명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까다로운 심사규정을 통과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청자들에게는 호랑이굴처럼 어려운 길이다. 혁명에 앞장섰던 젊은 혈기가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노년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당시의 열정은 잃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공로자가 되는 길은 왜 이다지도 어렵단 말인가.

분명히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데모에 앞장섰으며 함께 했던 동지들은 대부분 유공자가 되었는데 어째서 나만 빠져야 된단 말인가. 속으로 섭섭한 감정은 이루 말 할 나위 없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에서 시행하는 유공자를 결정하는 심사기구는 까다롭다. 역사학계의 전문학자들과 관계 단체 그리고 보훈전문 공직자들이 참여한 심사위원회는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가 생명이다.

과거의 보훈 관계 심사에서 부정이 개입한 흔적은 많다. 실제로 독립유공자 등 여러 국가유공자 심사를 할 때 부정이 터져 구속된 사례 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부정은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국가의 기강을 좀먹는 범죄다. 국가를 위해서 무한책임을 가지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행했던 행위가 국가를 위한 것이 되었다면 정부로서는 표창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런 공로도 없는 사람이 부정한 방법에 의해서 유공자가 된다면 어느 누가 국가를 위한 행동을 하려고 할 것인가. 뒷전에 숨어 지내다가 표창주고 훈장주는 일이 있을 때 슬쩍 끼어들면 그만이다. 어렵고 힘든 일에 애쓸 필요가 없다. 돈주고 적당히 교섭하기만 하면 아무런 공로가 없어도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는데 뭐 그렇게 큰 고생을 해가면서 나라를 위한 일을 하겠는가.

공무원들 중에서 책상을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하기만 해도 공상을 입었다고 국가유공자가 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실제 4.19데모를 했던 사람들은 막상 유공자 심사에서 공식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탈락을 거듭한다. 본인으로서는 모든 정열을 기우려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총탄을 무릅썼는데 그 당시 훈장을 받겠다고 의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연히 사진을 찍어 놓거나 의도적으로 신문에 이름이라도 내려고 한 사람은 없다. 따라서 심사위원회에서 요구하는 공적사항을 충족할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인우보증이나 간접증거를 들이대는 수가 많은데 여기에 사사로운 인정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보훈을 담당하고 있는 부처에서도 곤혹스러운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탈락자들은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고 때로는 폭력을 행사하는 수도 있다. 명색이 국가유공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이런 몰지각한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기에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게다가 4.19혁명공로자로 수훈한 사람조차도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법 개정을 통해서 바꿔보려는 노력이 경주되고 있어 원만히 처리될 것으로 보지만 이번에 4.19혁명 50주년기념사업회에서 전국 혁명진원지 여덟 곳을 선정하여 표지석을 설치하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 중에서 맨 처음 제막식이 대구에서 열린다.

11월17일 오전 10시 대구시 동성로 중앙파출소 옆에서 행사가 열린다. 대구는 2.28의 발생지다. 야당의 유세에 청중들이 집합하지 못하도록 일요일에 고등학생들을 등교하라고 지시한 것이 오히려 학생데모를 유발한 것이다. 대구의 유수한 고등학교에서는 일제히 봇물 터지듯 데모가 벌어졌다. 걷잡을 수 없는 대구의 고등학생 데모는 사실상 학생혁명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 운동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지금도 동지회를 결성하고 혁명정신의 고양과 친목도모를 하고 있다. 함께 했던 이대우동지가 작년에 세상을 뜬 후 그 때의 동지들이 그의 유작을 출판한 것도 감동스런 장면이었지만 2.28을 기려 표지석을 전국 최초로 세우게 된 것도 그들의 의기를 높이는 일이다. 이 자리에는 이기택회장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전국에 산재한 4.19혁명동지들이 하루 밤 경주에서 워크숍을 가진 후 대구에 집합할 예정이다. 대구에 있는 관계기관과 동지들이 모두 모여 이 행사를 축하할 것이다. 대구 표지석 설치와 제막식은 대구시민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이 되어 있음은 4.19정신을 더욱 고양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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