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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 서서

 

신석정 (1907~1974)

 

 

대숲으로 간다

대숲으로 간다

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

 

자욱한 밤안개에 벌레 소리 젖어 흐르고

벌레 소리에 푸른 달빛이 배어 흐르고

 

대숲은 좋더라

성글어 좋더라

한사코 서러워 대숲은 좋더라

 

꽃가루 날리듯 흥근히 드는 달빛에

기억없이 서서 나도 대같이 살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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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도 귀가 멍했던 여름날이 서서히 가고 있다. 아직도 떠나는 여름을 붙잡고 앙탈을 부리듯 왕왕거리며 악쓰는 매미소리도, 도심의 뜨거운 자동차 매연도, 뻥뻥 터지는 을들의 울분과 이 불안한 정세도, 다 벗어나고 싶은 올여름이었다.

  피로도가 극에 달하면 도피처를 찾듯 오래된 시집들을 읽는다.

대쪽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어 옛시인의 대숲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쭉쭉 하늘만 향한 일념으로 뻗은 대숲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 시절 시인이 도피하고 싶었던 시대적 아픔을 그려본다. 정치 경제 사회라는 우리의 모든 숲이 진초록 곧은 대숲이라면 하는 꿈속에 잠시 머물러 본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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